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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이승혜 디자이너 |
김영란법 시행이후 대기업 등의 대관업무 위축이 예상돼 합법적 로비창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올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종 법안과 현안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주장과 의견을 국회 등에 전달하는 통로로 합법화된 로비스트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힘을 받을 수 있다.
◇"부정청탁 막자"…권익위 출신 형제격인 '김영란법'과 '로비스트법'
김영란법과 로비스트 합법화는 둘 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추진한 이슈다. 내용면에서도 '형제지간'이라 할 만큼 제도 목적성은 비슷하다. 정치권과 관가에 만연한 부정청탁을 막자는 목적은 둘 다 추구하는 바다. 이를 김영란법은 아예 금지행위를 나열해 규제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고, 로비스트 합법화는 '부정청탁'에서 '부정'을 빼고 양성화 가능한 합법 '청탁' 혹은 '로비'를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로비스트 합법화는 태생으로 보면 원래 김영란법의 아우가 아니라 형이다. 1990년대 김영삼 정부에서부터 논의가 있었고 가까이는 2008년 권익위와 법무부가 관련 법 개정작업에 나선 바 있다. 변호사업계 반발로 결과물을 얻지 못했지만 합법화 논의에 대한 화두는 충분히 던져 놓아진 상태다.
입법화에 실패한 로비스트법에 비해 2012년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에 의해 제안된 김영란법은 불과 3년만에 입법화에 성공한 이례적 입법케이스다. 세월호나 이완구 전 총리 인사청문회 기간 중 기자와의 녹취록 공개파문 등 정치적 상황이 돕지 않았으면 통과 자체가 어려웠을 것으로 평가된다. 포괄입법 논란 등 비현실적인 규제라는 비판에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러 우연적 정치상황이 이어지면서 의외로 통과됐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으로 규제할 '로비'는 실존하지만 '로비스트'는 안 돼"
제도가 추구하는 목적의 순서대로 따지자면 김영란법은 로비스트 합법화 이후 부가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더 어울린다. 로비를 합법화 한 후 예상되는 부작용인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막기위해 동반 혹은 추가 입법하는 게 순서상 맞기 때문이다.
김영란법만 통과한 현 상황은 실제 국회와 관가 등에서 이뤄지는 로비가 실존한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하고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막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로비 자체는 불법화 돼 있으면서 부정청탁을 막겠다는 것이여서 '눈가리고 아웅식'이라는 비판도 나올만 하다.
◇법무부 용역보고서 "로비스트 양성화해야"
지난해 나온 법무부 관련 용역 결과도 "국민 청원권을 보장하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로비스트를 양성화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일부 대기업들은 대형 로펌이나 대관업무를 통해 사실상 로비업무를 하고 있지만 여기에서 소외된 중견·중소기업이나 단체 등도 입법창구에 닿을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유명무실화돼 있는 국민 청원제도를 보완하려면 로비스트를 양성화해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는 통로로 삼는 게 현실적이란 지적이다. 현재로선 대형 로펌이나 대관팀을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나 단체만 입법권에 접근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변호사업계 반대가 넘어야할 산
한편 로비스트 합법화는 필연적으로 변호사업계 이익과 상충될 수 있어 향후 논의 전개과정에서 변협 등 변호사단체는 반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법상 합법적 로비활동은 변호사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로비스트 합법화는 변호사법 개정을 통해 변호사 외 별도의 로비스트가 가능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과거 2007년 합법화시도 역시 변호사업계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강성민 변호사(법무법인 청조)는 "로비스트 합법화는 시기상조"라며 "로비스트를 고용할 수 없는 재정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더욱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될 것이고 재력에 따라 청원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이 입법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다양하게 보장되고 있어 현행법을 통해 청원권에 관한 개선방안을 찾는 게 더 합리적일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로비가 합법인 미국에서도 자금력이 풍부한 석유회사, 무기 생산업체, 곡물회사, 항공사, 총기협회 등의 로비가 가장 활발한 것 등을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대형 로펌 위주의 입법컨설팅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 따라서 로펌 입장에선 김영란법은 '기회', 로비스트 합법화는 '위기'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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