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회장은 29일 "(현재 업계가 힘든 것은 변호사 숫자가 많기 때문이니)변호사 숫자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변협은 이날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법조비리 척결을 통한 국민의 신뢰회복'을 주제로 '제25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변호사대회에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김현웅 법무부장관,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하창우 회장 "변호사 수 줄이는데 힘 합쳐야…유사직역도 문제"

하창우 회장은 현재 젊은 변호사들의 힘든 이유는 변호사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엄청난 수의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변호사 숫자를 줄이는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젊은 변호사들에게 변호사 숫자를 줄이자고 했더니 줄이지 못하겠다고 했는데 사법시험 존치를 둔 연수원과 로스쿨 출신의 반목 때문이었다"며 "이런 문제를 두고 변호사 전체의 생계를 발목잡아도 되겠느냐" "변호사 숫자를 줄이는데 반대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전관예우를 척결을 위해서는 "전관 변호사를 배출하지 않는 것이 방안"이라며 "판검사는 정년까지 근무하고 그만 두도록 하고 변호사 자격을 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유사 직역이 변호사 직역을 침범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 회장은 "변호사의 직역 확대와 직역을 강화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변리사에 대한 특허침해소송 공동소송대리권 부여 법안과 변호사에 대한 변리사 자격 부여 폐지 법안을 무산시켰고 특허심판원 소송 대리권을 변호사에게도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무조정 업무 주체에 변호사를 제외한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며 "보험금 청구를 대리해 변호사 업무를 침범한 손해사정사들을 기소했다"고 덧붙였다.

하 회장은 "(이같은 활동을 위해) 결국 국회에 가서 변호사를 대리하는 일을 할 사람이 대한변협 회장 하나 뿐"이라며 "일부에서는 국회에서 변협 회장이 활동하는 것을 부정청탁을 하고 돈을 쓰는 것처럼 비판하고 있는데 직역 자체를 위해 이익이 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웅 법무부장관 "부정·부패 척결 위해 법 집행·변론·수임 시 필요하다면 감독 강화할 것"

양승태 대법원장을 대신해 참석한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축사에서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법조인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법권이라는 국가의 작동 과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법치주의 붕괴로 나아갈 수 있는 만큼 근본적인 원인과 합리적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최근 법조 전체에 대한 신뢰 악화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현재의 사법제도가 공정하게 작동한다는 최소한의 믿음이나 기대마저 흔들린다면 외부에서 타율적인 통제와 개혁이 강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모든 잘못된 의식과 관행으로부터 결별해야 할 때"라며 "법조인 스스로 잘 하고 있고 노력을 다했다고 자부한다고 해서 신뢰가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가 척결되고 정의가 바로 섰다고 국민이 인정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최근 법조계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사고는 국민들께 큰 충격과 심려를 끼쳤다"며 "불행한 사건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불법과 부정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법 집행, 변론, 수임 과정을 투명하게 개선하고 필요하다면 감독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법무부는 법률 문화의 발전과 기술 진보를 가로막는 법률적 장애는 없는지, 법률서비스 사각지대는 없는지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은 "연이은 법조비리와 국민경제의 침체로 인해 시련을 겪고 있음을 고려하면, 수차례 지적됐던 전관예우 등 법조비리의 사슬을 끊지 못한 지난날의 잘못을 돌이켜보고 앞으로의 대책을 제시할 수 있는 자리가 돼야 할 것"이라며 "법사위에서도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 중이고, 오늘 자리에서 도출된 방안을 제도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권 위원장은 또 "로스쿨 도입 후 대통령 지시로 젊은 변호사들을 위한 시장 확대를 교육부와 함께 연구한 적이 있는데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해 보고를 하지 못했다"며 "많은 변호사가 양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들이 사회 건전한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기성세대가 못 만들어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안타까운 점은 변호사협회가 다른 유사 직역의 협회들보다 로비력이 너무 약하다"며 "로비를 전혀 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직역을 확대해나갈지 연구하고 제도화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변호사대회에는 제47회 한국법률문화상 시상식도 함께 열렸다. 이번 한국법률문화상에는 심헌섭 서울대 명예교수가 수상했다. 심 명예교수는 한국 법철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 법 철학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강상의 이유로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한 심 명예교수의 아들은 "법조계 최고 권위의 상을 받게돼 자랑스럽지만, 스스로 부족함을 느낀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하셨다"며 "아버지의 뜻에 따라 상금은 전액 기부할 예정"이라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