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여).

롯데그룹 비리 수사과정에서 오너 일가 중 처음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여)이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의 심리로 1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신 이사장의 변호인은 "롯데그룹 창업주의 자녀이자 오랜기간 그룹의 임원을 역임해 온 사람으로서 법정에 선 점에 대해 죄송하고 반성한다"면서 "하지만 개별 공소사실에 대해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롯데백화점 및 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 및 그 대가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로부터 매장 위치 변경과 관련한 로비를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에게 정상적인 업무처리를 검토해 달라고 말한 사실이 있을 뿐 매장 위치 변경을 지시하거나 그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또 "비엔에프(BNF)통상이 네이처리퍼블릭과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받은 돈은 정상적인 용역의 대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녀들에게 지급된 급여는 일의 대가로 받은 것이 맞다"며 "다만 수행한 업무에 비해 급여 수준이 과하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라면 이는 주주가 판단할 일이지 배임죄를 적용할 부분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자녀들을 챙기려는 마음을 있었지만 급여 지급 방식 등을 지시한 적은 없다"며 "BNF통상 사장 이모씨가 신 이사장의 말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임과 횡령 혐의에 대한 피해액은 모두 변상 및 공탁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검찰은 "신 이사장이 롯데백화점과 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네이처리퍼블릭 등 업체들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은 사실을 뒷받침하는 관련자의 진술 및 객관적 증거를 확보했다"며 공판 과정에서 입증하겠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본인의 주장과 달리 실제로 매장 위치 변경을 지시한 사실, 정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받은 돈의 사용처를 지정하고 처분권을 가진 사실을 증거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 이사장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면세점 사업부를 총괄하며 롯데면세점과 롯데백화점 등에 매장을 입점시켜주는 대가로 업체들로부터 35억3000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구속기소)와 화장품업체, 요식업체 등이 매장 입점을 위해 신 이사장에게 뒷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신 이사장은 요식업체 A사로부터 2007년 2월부터 지난 5월까지 총 14억70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A사는 이 대가로 전국 롯데백화점에 19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정 전 대표로부터는 2013년부터 지난 5월까지 15억원을, 또 다른 화장품 업체 B사로부터는 지난해 5월부터 지난 5월까지 5억60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화장품 업체를 상대로는 신 이사장이 직접 금품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업체들로부터 뒷돈을 챙기는 통로로 비엔에프통상이라는 아들 명의의 업체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회사는 신 이사장이 사실상 실질적인 오너였다. 신 이사장은 이 회사 외에도 인쇄업체, 부동산투자업체 등을 차려 롯데그룹의 일감을 몰아받는 방식으로 신 이사장 본인과 자녀들의 재산을 증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 이사장은 3개 회사에 자신의 딸 3명을 이사로 등재시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급여 명목으로 1인당 11억~12억원씩 총 35억6000만원을 부당하게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그룹의 일감몰아주기가 논란이 되자 임직원을 허위로 등재해 급여를 지급한 후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11억7000만원을 횡령, 자녀들의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5일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열고 증인신문 등 입증계획을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