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서 월급 300만 원을 받는 평범한 가장인 이정직씨. 사랑스런 딸이 갑자기 응급실에 실려갔다. 병원에서는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병원비는 500만원. 신용등급이 좋지 않아 은행권으로부터는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없었고, 받는다 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황이었다. 이정직씨는 인터넷에 자신의 사연과 함께 열심히 노력하여 3개월 내에 모두 갚겠다고 약속하는 글을 올렸고, 몇 시간 내에 이정직씨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50명이 나타나 이정직씨의 딸은 수술을 무사히 받을 수 있었다.

#지방에서 빌라를 지어 분양하려는 나부자씨는 은행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돈을 빌려 토지를 매입했다. 그런데 막상 건물을 지으려고 하니 공사비가 3억 원 가량 부족했다. 은행은 담보가 부족하다고 더 이상의 대출은 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나부자씨는 자신의 땅 옆으로 A대기업 연구소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빌라만 다 지으면 분양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제도권 금융에서는 확실한 담보를 요구해 돈을 빌릴 수가 없었다. 이에 P2P 중개회사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P2P 금융 벌써 3000억원 규모…앞으로 엄청난 속도로 늘어날 기세

필자가 처음으로 P2P 금융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한 2015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대출잔액은 약 80억 원, P2P 중개회사는 10개사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올해 9월 현재 P2P 중개회사는 73개, 누적 대출액은 2800억 원 가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로 엄청난 속도다. 그런데 이는 단언컨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약 1~2% 정도의 사상 초유의 저금리 속에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뭉칫돈들이 강남 재건축 시장을 떠돌며 시세 차익을 노리는 상황에서 P2P 중개회사들이 제시하는 10~25% 가량의 예상 수익율은 눈길을 끈다.

게다가 현행법상 P2P 중개회사들이 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데에는 사실상 제약이 없는 상태이다. 온라인상의 P2P 중개회사 외에 별도의 대부업체를 하나 만들어 시 · 도지사에게 등록을 한 뒤 한국대부금융협회에서 10만 원의 교육비를 내고 8시간 교육을 받고 나면 P2P 중개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P2P 금융의 명암…빠르지만 부실위험

P2P 금융은 앞서 본 사례처럼 급하게 돈이 필요하거나 기존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사람들에게 자금을 조달해 주는 틈새시장의 역할을 한다. 기존의 금융회사 특히 제1금융권은 '리스크 관리'라는 명목 하에 대출에 관한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어 상당히 경직돼 있다.

신용등급 5등급 이하의 저신용자에게 기존 금융기관에서의 대출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실제로 분석만 잘한다면 우량한 담보로 평가받을 수 있는 동산담보대출도 기존 금융기관은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동산담보대출이란 기업 생산시설이나 원자재, 재고자산 등을 담보로 대출해 주는 것을 말한다). P2P 중개회사들은 이런 틈새시장에 눈을 돌렸고, 저금리 속에 투자대상을 물색하던 투자자들은 이러한 틈새시장이 나름 수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하고 투자하고 있다.

P2P 금융과 일반 금융기관의 가장 큰 차이는 대출의 신속성이다. 일반 금융기관의 경우 대출신청 후 심사가 이루어지기까지 적게는 일주일 많게는 한달씩 걸리기도 한다. 그에 반하여 P2P 중개의 경우 중개회사가 투자상품에 관한 정보를 올리고 이 정보를 보고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하면 불과 몇 시간만에 수 억원의 투자금이 바로 집행될 수도 있다. 이러한 P2P 금융의 신속성은 돈을 빌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자를 기존 금융기관에 비하여 몇 % 더 지급하더라도 매력적일 수 있다.

이러한 신속성은 바꾸어 말하면 돈을 빌리는 사람이 갚을 능력이 있는 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P2P 금융시장의 초기 단계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투자자 피해나 부작용이 아직까지는 크게 문제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나, P2P 금융시장이 가장 활성화돼 있는 미국이나 시장 규모로는 세계 1위인 중국의 예를 보면 이러한 문제들이 곧 우리 P2P 시장에도 닥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는 하다.

2014년 뉴욕 증시에 IPO(기업공개)를 하면서 기업가치가 10조원 이상으로 치솟았던 미국의 렌딩클럽(Lending Club)은 2200만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부당대출한 사실이 밝혀져 최근 최고 경영자를 경질하고 대규모 인력감축을 단행했다. 2014년 기준으로 대출규모가 약 46조원에 이르는 중국 P2P 시장의 경우에도 P2P 대출중개 관련 대출 사기, 중개업체 도산, 고객정보 유출 등 각종 금융사고가 빈발하고 있으며, 3곳 중 1곳은 부실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줄이기 위해서는 P2P 금융과 관련한 규제에 대한 점검 및 문제점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다음 칼럼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P2P 금융에 관한 법적 규제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 앞으로 P2P 금융이 나아갈 방향에 관한 필자의 개인적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법무법인(유한) 바른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도형 변호사는 2002년 제44회 사법시험(연수원 34기)에 합격했다. 한국증권법학회 이사, 금융보험법연구회 간사 등 금융·증권·자본시장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겸임교수(금융법실무)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