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선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최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활동 확인서를 써주고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거짓 해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21.6.8/뉴스1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법원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아 당선무효 위기를 모면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총선 선거운동 기간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하고도 "실제 인턴을 했다"는 취지로 팟캐스트에서 발언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 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2부(재판장 김상연·장용범·마성영)는 8일 열린 최 대표의 선고 공판에서 유죄를 선고했지만 당선무효 기준인 벌금 100만원에 못 미치는 80만원으로 벌금액을 정했다. 앞서 검찰은 최 대표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었다. 최 대표는 유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의지를 밝혔다.

"열린민주 '비례2번'이라 당선 확정적이던 상황…법정형 하한 벗어난 벌금 80만원"최 대표가 팟캐스트에서 '조 전 장관 아들이 고등학생으로 체험형 인턴 활동을 실제로 했고,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확인서를 날인해줬다'고 한 것은 '과거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것이고 허위사실의 공표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팟캐스트 발언이 의견 표시일 뿐 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최 대표 측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사실인지 의견인지는 증거에 의해 증명 가능한지가 결정적인 구별 요소"라며 "의견 평가라 하더라도 진실한 사실에 기초한 것은 공직선거법상 사실로 인정된다는 것이 대법원 입장"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관련 형사재판 내용을 부인하고 무죄 주장을 하려고 했다는 것은 발언의 의도에 불과하고 실제에 부합하는 사실을 공표한 것이어서 무죄주장 의도만으로 사실공표가 의견표명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최 대표 측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는 주장을 한 것에 대해 "검사는 여러 요소 참작해서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재량권이 부여돼 있다"며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했다고 인정되지 않는이상 공소권 남용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헌법상 평등은 불법의 평등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후보를 기소하지 않았으므로 자신도 기소하지 말라는 것은 불법의 평등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 "당선될 목적으로 전파성 높은 인턴넷 방송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해 유권자 판단을 그르치게 할 가능성이 크고 반성하고 있지도 않아 죄책이 크다"고 했다.

이어 "이 선거에서 열린민주당 지지율이나 비례순번 2번인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범행으로 당선여부가 좌우되고 있었던 상황은 아니었다"며 "조 전 장관과의 친분관계때문에 형사재판까지 받게 돼 자신에 대한 검사의 처분이 과하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고 전과도 없어 나이와 성행·환경 등을 종합 고려해 법정형 하한을 벗어나 벌금 80만원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다. 대법원 양형기준에는 전파성이 매우 높은 가중영역에 해당돼 권고형은 벌금 500만~1000만원까지로 돼 있다.

"이재명 지사 허위사실공표 무죄받았던 '토론회' 발언과는 달리 봐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당선무효형에 처해졌다가 대법원에서 기사회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전 수원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재판부는 지난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후보자토론회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을 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똑같이 적용시켜야 한다는 최 대표 측 주장에 대해선 "지난해 전원합의체 판결은 토론회에서 후보자가 답변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표명한다는 특별한 사정 없으면 허위사실공표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이는 토론회의 특성을 고려해 이 사건 조항을 적용하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후보자 토론회 관련해서는 주장과 반론, 질의, 반박이 계속되는 특정 상황때문에 허위성 인식이 결여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판결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후보자토론회와는 달리 팟캐스트 방송 대화 중 나왔던 최 대표의 발언은 경쟁 후보자가 없었기 때문에 발언 순서에 제한 없었고 즉흥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최 대표가 충분한 시간동안 상세히 설명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즉흥적 발언'이었단 주장에 대해서도 "방송 과정에서 나오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진행자 최욱도 '최 대표가 나온 이상 안 물어볼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며 "김현정의 뉴스쇼 등에서도 관련 발언을 해왔기 때문에 즉흥적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선고가 끝난 뒤 법정을 나서면서 최 대표는 "사실 관계 입증을 위해 저희가 주장한 증거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며 "정치검찰의 장난질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다"고 했다.

최 대표는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보이고 있는 여러 오판에 대해서 잘못된 해석에 대해 관련 절차 통해 하나하나 입증하고 반박할 것"이라며 항소의지를 밝혔다.

최 대표는 지난해 4월 1일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자신의 법무법인에서 조 전 장관 아들이 고등학교 때부터 인턴을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올해 1월 최 대표는 별도로 기소된 재판에서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해 대학입시 등에 제출하도록 한 업무방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