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사진=뉴시스

강제로 납북됐다가 북한에서 숨진 한 남성의 유족이 "고인이 생전 철도공무원으로 근무했으니 퇴직급여를 달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내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고인 B씨의 유족인 A씨가 "B씨 퇴직급여를 지급해 줄 수 없다는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B씨는 한국전쟁 당시 교통부 철도청 소속 철도공무원으로 근무하다 1950년 7월15일 인민군에 의해 강제로 납북됐다. B씨는 북한에서 A씨와 만나 결혼한 뒤인 1996년 숨졌다. A씨는 2003년 우리나라로 입국했다.

A씨는 2024년 B씨의 퇴직급여를 청구했으나 공무원연금공단은 "공무원연금법 적용대상자가 아니다"라며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A씨는 이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A씨는 B씨가 국가공무원으로 공무를 수행하던 중 납북돼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1960년 공무원연금법 제정 당시 공무원 신분이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연금공단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가 공무원연금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공무원연금공단 측은 2024년 한국철도공사사장에게 재직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경력증명서 등을 요청하면서 대상자를 B씨로 기재했고 이에 한국철도공사는 대상자 경력조회 결과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해당 경력증명서에 고인이 남성임에도 주민등록번호 중 생년월일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첫 번째 자리가 2일 수는 없다"라며 "한국철도공사의 회신은 공무원연금공단 측이 대상자 정보를 잘 못 기재해 조회한 결과로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원연금공단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가 공무원연금법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