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박홍원 부산대 부총장이 24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대학본부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조국 딸 조민 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전형공정위 조사,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부산대는 조민 씨의 의전원 입학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21.8.24/뉴스1

부산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모씨의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입학을 취소하기로 결정하면서, 부산대 책임론도 제기된다. 입학요강에서 '정성평가' 항목의 비중을 늘려 대학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행사해 뽑아놓고, 소위 조국 사태 여파로 딸 조씨 스펙이 문제되자 '재량'으로 입학취소를 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회피할 수 없어 보인다.

실제로 조씨가 입학하던 2015학년도 부산대 의전원 모집요강에 따르면 조씨가 응시한 수시모집의 국내대학 자연계 출신자 전형에는 의학적성시험(MEET·미트)의 반영률이 '0%'다.

당시 의전원들은 의전원 제도 폐지를 앞두고 있었다. 도입된지 얼마안 돼 의전원 제도는 도제식 교육에는 맞지 않는다는 의대 교수들의 반발 등으로 단계별 폐지가 정해졌다. 부산대도 다른 의전원들과 마찬가지로 학부 졸업생을 뽑는 의전원 제도에서 학부 예과과정부터 고등학교 졸업자를 뽑는 의학과 체제로 회귀하던 때다.

조씨가 의전원 입시에 응시한 2014년경은 각 의전원들이 제도 폐지를 앞두고 수시모집 인원을 대폭 늘리고 미트 점수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 등 '정량평가'를 줄이고 '정성평가'를 늘리는 방식으로 재량 입시를 최대로 끌어올리던 때다.

조씨는 지난 2014년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고파스에 의전원 합격수시를 올리며 자신의 미트 점수를 80점대라고 밝힌 바 있다. 미트는 자연과학1(생물)과 자연과학2(화학, 유기화학, 물리, 통계) 두 영역으로 표본점수 만점은 200점이다. 100점이 응시자 중 중간점수로 80점대는 하위권이다. 대체로 미트 점수를 반영하는 의전원 입시에선 최소 110점 이상이어야 합격이 가능하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평가다. 따라서 조씨는 애초에 미트 점수가 필요없고 면접 비중이 높아 자신에게 유리한 부산대 수시모집을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의약계열 입시 전문가는 "우리나라에서 의대에 들어가기 가장 쉬웠던 때가 의전원이 처음 생겼을 때와 폐지되기 직전의 몇년간이었다"고 했다.

이어 "처음 생겼을 때엔 제도가 생소해서 지원자가 적었고 마지막에 폐지될 때엔 수시모집이 늘어 과거 의대 교수들이 자식들을 품앗이로 의치대에 편입시키던 때와 비슷하게 돼 버려서 교수들이 막차라고 생각하고 자식들을 의전원 수시에 많이 지원시켰고 많이 합격했다"고 했다.

의치한약 계열 교수들이 자식들을 편입제도를 활용해 다른 학교에 사실상 편법 입학시키던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 전문가는 "조씨가 부산대에 응시할 때에도 수시모집은 늘리고 미트 성적을 전혀 반영하지 않아 사실상 면접에서 결정나는 모집요강이었다"며 "법원에서 허위 조작 표창장이고 인턴확인서라고는 했지만 차라리 조씨가 그런 기타서류에서 무리를 하지 않았어도 합격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2015학년도 부산대 의전원 입시요강에 따르면 조씨가 응시한 국내 대학 자연계 출신자 전형은 서류 평가 20점 등 총 70점 만점으로 30명 이내 학생을 1차 선발한 후, 면접서 30점 합산한 100점 만점으로 15명 이내 학생을 선발했다.

2015학년도 부산대 의전원 수시모집 모집요강. 조민씨가 지원한 수시모집 국내 대학 자연계 출신자 전형유형에서 미트(MEET) 점수 반영 점수가 0점이다. (빨간색 표시)

2015학년도 부산대 의전원 모집요강. 총장 표창장 등 기타서류는 필수 제출 서류가 아니라 자기소개서에 기술한 내용을 증명하기 위한 참고 서류였다. (빨간색 표시)

정경심 교수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학부성적은 100점 환산점수에서 점수 편차가 2점에 불과하고 총점 기준으로 0.6%에 불과한 반면, 20점 서류평가는 실질 반영비율이 9%로 확인된다"며 "학부성적과 영어성적의 각각 4.5배에 이르는 것으로 반영비율이 높을 뿐 아니라 자소서 기타 서류가 평가 대상이 되는 서류 평가가 1단계 평가 전형을 좌우하는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위조된 조씨의 기타서류가 1단계 통과에 결정적이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에 합격하게 된 것은 '면접'점수의 영향이 크다.

조씨는 면접 중 인성영역에서 만점을 받아 합계 28.66점으로 국내 지원자 중 3등을 했다. 인성영역의 경우 의전원 전체 응시자 중 단 4명만 만점을 받았다. 높은 면접 점수로 조씨는 결과적으론 전체 5등, 국내 전형 지원자 중에서는 1등을 하게 돼 결과적으로 최종 합격했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부산대 발표와 정 교수 재판 과정을 보더라도 조씨는 학점과 영어 등에서 고득점을 했고 자기소개서 등 서류평가가 다소 낮게 채점됐더라도 1단계 서류전형에서 합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조씨 측에서 부산대의 재랑권 일탈 남용을 이유로 입학취소에 대해 소송으로 다퉈볼만 하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부산대 설명에 따르더라도 판단근거가 '규정'이 아니고 모집요강 상의 '주의사항'일 뿐이라 문제가 된 자기소개서나 추가 기타 서류가 법원에서 허위로 인정해도 합격여부는 대학의 재량의 문제일 수 있어 법적으로 따져볼만 한 사안이다"고 덧붙였다.

부산대는 24일 오후 "부산대 대학본부는 입학전형 공정관리위원회의 자체조사 결과서와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 소관 부서의 의견을 검토한 결과 조씨의 의전원 입학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부산대는 입학 취소 근거로 '2015학년도 의학전문대학원 신입생 모집요강'를 꼽았다. 당시 신입생 모집요강 중 '지원자 유의사항'에는 제출 서류의 기재내용이 사실과 다른 경우 불합격 처리를 하게 돼 있었다는 것이다.

2015학년도 부산대 의전원 모집요강 중 주의사항. "입학원서 등 제출서류 미비 또는 기재사항이 사실과 다르거나 서류의 변조, 대리시험 또는 부정행위자는 불합격 처리합니다. 또한 입학 후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한 사실이 발견될 경우는 입학을 취소하며, 졸업한 후에라도 학적말소 조치합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빨간색 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