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뉴시스] 전신 기자 =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대통령경호처가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논의하는 '3자 회동'을 개최했으나 공조수사본부(경찰·공수처)와 경호처가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이날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모습. 2025.01.14. photo1006@newsis.com /사진=전신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 측은 14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와 관련해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에 대해 "상의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밝히며 엇박자를 냈다. 공수처 측은 이와 관련한 변호인 측 요청이나 의견을 전달받은 바가 없다며 영장집행 계획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날 중 변호인단이 출석협의를 제안하거나 이날 공수처·경찰과 3자 회동을 벌인 경호처 측이 전향적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남아있다.

정 실장은 이날 오전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대통령이 방어권을 충분히 발휘하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은 경찰과 공수처와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 제3의 장소에서 조사 또는 방문 조사 등을 모두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내용이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 측과 사전 조율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정 실장의 이날 발표에 대해 윤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상의되거나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공수처의 윤 대통령 수사 자체가 불법이고, 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도 위법하다며 수사 거부 뜻을 밝혀왔다. 다만 최근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바로 기소할 경우 사법절차에 응하겠다는 절충안을 낸 바 있다.

변호인단은 이날 정 실장 입장과 온도 차가 있는 데다, 수사보다 헌법재판소 탄핵심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간방패' 전략으로 공수처의 1차 영장집행을 막았던 박종준 경호처장이 지난 10일 경찰 소환조사에 출석하며 사직했고, 경호처 내부 균열이 확산되며 체포 위기가 커진 상황이다.

공수처 수사권을 인정하지 않던 윤 대통령 측은 지난 12일 공수처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했고 수사팀 면담 과정서 사실상 탄핵심판 이후 수사를 받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공수처 측은 "체포영장 효력은 유효하다"며 일축했다. 전날에는 윤 대통령 측이 하루에만 입장문을 6개나 쏟아내는 등 다급한 기류가 역력히 드러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기존 입장을 접고 공수처 조사에 응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만약 윤 대통령 측이 이날 중 전향적으로 대면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전하는 경우 공수처도 영장집행을 강행하기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만 공수처는 여러 차례 체포영장을 반드시 집행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구체적인 날짜를 정해 조사에 응하겠다는 수준이 아닌 경우 영장집행은 일정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자칫 수사기관이 피의자인 윤 대통령에게 끌려다니는 모습으로 비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와 경찰은 오는 15일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