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에 불응하면서 윤 대통령을 강제 구인해 조사할지가 수사 변수로 떠올랐다.

공수처는 20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할 것을 윤 대통령에게 통보했다. 전날 오후 2시까지 출석조사에 응하라고 통보했다가 윤 대통령이 불응하자 두번째 소환을 통보한 뒤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소환에도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윤 대통령 변호인 윤갑근 변호사는 전날 취재진에 "공수처에서는 더 말할 게 없다"며 앞으로도 계속 조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이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공수처는 강제로 출석시키거나 구치소로 방문 조사를 나가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강제출석 조사는 규정은 없지만 대법원 판례상 가능하다.

대법원은 2013년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금된 피의자가 조사실 출석을 거부하면 구속영장 효력에 의해 조사실로 구인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래픽=김지영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들이 국가정보원의 조사를 거부하자 검사가 서울구치소장에게 피의자들을 국정원에 인치해 달라는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고 구치소 교도관들이 피의자들을 국정원 조사실로 강제로 데려갔다. 피의자들이 구인 조치에 불복해 준항고를 제기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이 기각했고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위법이 없다며 재항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결정문에서 "구속영장은 기본적으로 장차 공판정에의 출석이나 형의 집행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와 함께 구속된 피의자를 조사하는 등 적정한 방법으로 범죄를 수사하는 것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피의자는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않거나 거부할 수 있고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그와 같은 권리를 알려줘야 한다"고도 밝혔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강제출석 조사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계속 진술을 거부할 경우 진술을 강제할 방법은 마땅찮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체포 직후 첫 조사에서 비상계엄의 정당성 등에 대한 입장만 개괄적으로 밝힌 뒤10시간 40분 동안 이어진 공수처 검사의 개별 질문에는 줄곧 진술을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날 조사부터 공수처의 출석 통보에 불응하는 상태다.

공수처는 강제구인이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규정이 없는 만큼 현직 대통령 신분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법리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이 진술을 거부할 경우 강제출석 조사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지난달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검찰청 출석조사를 거부하자 강제인치를 하지 않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출석을 통보한 19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현판 앞으로 관계자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