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20일 오전 10시에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지만, 윤 대통령 측은 불응 의사를 밝혔다. 이날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5.01.20. kmn@newsis.com /사진=김명년

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 사건의 송부일정을 협의하자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검찰에 사건을 조기이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공수처에 윤 대통령 사건 송부시점 관련 논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뒤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공수처가 비상계엄 사태 피의자들의 구속기간 관련 논의를 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구속조사 기간 관련 검찰과 협의하고 있냐'는 머니투데이 질의에 "본격적으로 (송부시점 논의를) 해야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두 기관 관계자들은 협의를 거쳐 비상계엄 사태 피의자들의 최장 구속기간은 20일로 정하고, 원칙적으로 10일씩 나눠 사용하기로 정했다. 다만 정확한 송부시점은 개별 사건마다 협의가 필요해 당시엔 큰 틀의 합의만 이뤄졌다. 공수처 관계자도 지난 19일 취재진에 "구속기간 20일을 10일씩 나누기로 잠정 협의한 상황이지만, 수사상황이나 사건진행 정도를 보고 다시 결정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1차 구속영장(10일) 기한은 오는 28일, 2차 기한은 다음달 7일까지다. 지난 15일 윤 대통령이 체포된 이후 이뤄진 체포적부심, 구속전피의자심문 기간에 소요된 시간을 제외한 것이다.

10일씩 나눠 사용한다면 공수처는 원칙적으로 오는 28일까지 윤 대통령을 조사할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조사를 일절 거부하면서, 당초 공수처에게 주어진 10일이 되기 전에 빨리 검찰에 사건을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공수처에 체포된 당일 10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이후 추가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공수처는 강제조사를 하더라도 진술을 거부할 경우 마땅한 대처 수단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미 현직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체포영장·구속영장 발부 등 성과를 낸 만큼 공수처가 사건을 빨리 넘겨도 나쁠 게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앞서 공수처가 윤 대통령 조사와 구속영장 청구하는 데 기초가 된 자료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 검찰이 구속기소한 계엄 피의자들 관련 공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였다. 검찰이 그간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전방위로 진행하며 윤 대통령 혐의를 축적해왔고, 공수처·경찰에 넘기지 않은 수사자료들도 있는 만큼 수사효율성을 위해 공수처가 신속하게 사건을 검찰에 송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 조사를 거부한) 윤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응할지는 또 다른 이야기"라면서도 "공수처가 대통령 사건을 더 빨리 넘길 수 있는지 협의를 진행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검찰은 공수처로부터 기록을 받는 즉시 설 연휴를 반납하고 윤 대통령 수사에 집중할 예정이다. 김용현 전 장관을 포함해 군경 수뇌부들을 구속기소하면서 이미 윤 대통령에 대한 공소장도 무리 없이 만들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중요사건인 만큼 검찰이 피의자조사를 추가로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검찰과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기소한 이후 공판과정에 공수처 검사도 함께 참여할지 여부도 논의할 예정이다. 기소한 쪽이 공판에 참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공수처가 검·경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아 영장발부에 성공한 만큼 가능성은 낮지만 공수처가 참여할 수도 있다. 앞서 공수처가 검찰에 기소요구한 조희연 교육감 사건의 경우 검찰이 공판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