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에서 피담보채권의 요건 중 하나인 '견련관계'란 무엇일까.

민법 제320조 제1항은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는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은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어야 한다. 그 관계를 표현하는 것이 ‘견련관계’란 용어다. 즉 채권이 있다 하더라도 견련관계 없이 엉뚱한 물건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할 수는 없단 얘기다.

피담보채권(돈)과 목적물(부동산)간의 견련관계란, 유치권자가 주장하는 피담보채권과 유치권자가 자신이 가치를 상승시켰다고 주장하는 물건과의 관계라고도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이렇게 해서 이 물건의 가치가 올라갔으니 그만큼 돈을 받아야겠는데, 주지 않아 유치권을 행사하겠단 얘기다. 이 경우 물건은 주로 건물인 경우가 많다.

◇ 건축자재 매매대금채권은 건물과 견련관계 없어…유치권 부정

이번에 소개하는 판례(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1다96208 판결)는 피담보채권과 물건과의 관계가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어야 유치권에서 인정하는 견련관계가 되는지와 관련돼 있다.

원고 A씨는 유치권을 주장하고 있는 피고 B씨에게 그가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건물에서 나가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A씨는 B씨가 건물 신축공사에 시멘트와 모래 등 건축자재를 공급했을 뿐이라고 했다. 건축자재를 팔고 돈을 받을 권리에 해당하는 B씨의 건축자재 매매대금채권은 XX아파트와 견련관계가 없어 유치권이 인정될 수 없단 주장이다.

원심은 B씨가 건물 신축공사에 필요한 자재인 시멘트와 모래 등을 공급했고 그 건축자재가 공사에 사용되어 XX아파트의 일부분이 된 것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라면 견련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건축자재를 공급하고 돈을 받을 권리에 해당하는 B씨의 채권은 건축자재를 공급받은 건축업자와 맺은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채권에 불과하다고 봤다. 따라서 이를 XX아파트 자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고 할 수 없단 얘기다.

재판부는 "B씨가 공급한 건축자재가 실제로 건물의 신축공사에 사용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건물 자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대법원은 A씨의 주장을 인정하고 B씨의 유치권을 부정했다.

◇ 법원, 유치권 엄격히 판단…투자시 유의 

강의 때 필자는 '법원은 유치권의 성립을 엄격하게 판단한다'고 언급한다. 이 판례도 그 중 하나다.

대법원은 유치권의 피담보채권과 목적물간 관계에서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가치 상승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유치권에서 피담보채권의 요건인 견련관계를 완전히 축소시켜 그 성립을 제한했다.

유치권이 설정된 건물에 관심이 있는 경우에는 유치권의 유무를 잘 판단해야 한다. 그 중 견련관계를 판단할 때 이와 같은 판례를 참조한다면 좋은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