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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氏] 한의사, 광선조사기·CT촬영·필러시술 '위법'

[the L] 대법 "한의사 수련체계 의사와 달라…허용 안된 의료기기 사용때 부작용 대처 어려워"

2016년 1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관련 기자회견 및 시연회에서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이 골밀도측정기를 시연했다.


무면허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의료행위는 의료인이 아니면 할 수 없다. 의료인이라 하더라도 면허된 것 이외의 행위는 할 수 없다.

 

그런데 의료법령을 보면 의사, 한의사 등의 면허된 의료행위의 내용을 정의하거나 구분 기준을 제시한 규정이 없어 이들의 각 면허에 따라 허용되는 의료행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관해 직역 간 의견이 분분하다.

 

이 와중에 대법원이 △의사나 한의사의 의료행위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과 △한의사가 어떠한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판결을 내 놓아 눈길을 끈다.

 

한의사인 A씨는 2006년 6월경부터 2009년 9월경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X한의원에서 잡티제거 등 피부질환 치료를 위한 광선조사기인 IPL(Intense Pulse Light) 1대를 설치해 약 100여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피부질환 치료행위를 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001년 2월 한방의료기관에서의 의료기기 사용 범위 등에 관한 대한한의진단학회장의 질의에 대해 "특정 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의사가 해당 의료기기의 사용방법을 교육받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며 "환자의 질병상태, 해당 의료기기의 작동원리 및 이를 이용한 진료행위가 한의학적 원리에 따른 것인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한방의료기관에서 사용이 허용되는 의료기기 범위에 대해서는 초음파치료기, 극초단파치료기, 초단파치료기, 적외선치료기, 레이저침치료기 및 헬스트론 냉습포, 온습포 등이 해당된다"고 유권해석한 바 있다.

 

반면, 2009년 9월 광선조사기인 IPL사용에 관한 대한한의사협회의 질의에 대해서는 "현재로서 IPL 등 광선조사기를 이용한 외과적 시술행위가 '한의학 경락이론에 따라 경락을 자극하여 기혈순행을 높여 통증억제, 피부 등의 질환을 치료'하는 한의학적 이론 및 원리에 의해 충분히 규명됐거나 부합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회신했다.

 

이처럼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에 따른 의료행위 범위에 관해 보건복지가족부는 일의적인 명백한 지침을 내리지 않은 채, 그 의료행위가 어떠한 원리에 입각하여 시행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결론만 내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2014년 2월 대법원 재판부는 "의사나 한의사의 구체적인 의료행위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이원적 의료체계의 입법 목적, △당해 의료행위에 관련된 법령의 규정 및 취지, 당해 의료행위의 기초가 되는 학문적 원리, △당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 △의과대학 및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나 국가시험 등을 통해 당해 의료행위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2010도10352)

 

재판부는 또 "한의사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의료기기나 의료기술 이외에 의료공학의 발전에 따라 새로 개발·제작된 의료기기 등을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이러한 법리에 기초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이를 위해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당해 의료기기 등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이 있는지, △당해 의료기기 등의 개발·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한 것인지, △당해 의료기기 등을 사용하는 의료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당해 의료기기 등의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판단 기준으로 정했다.

 

결국 재판부는 한의사의 IPL 사용은 금지된 것으로 해석했다. IPL은 피부 색소침착, 여드름, 모세혈관 확장의 각 치료 및 미세한 주름제거를 위하여 사용하는 것이고, 관련 논문에 의할 때 IPL이 한방의료기관에서 사용이 허용되는 적외선치료기나 레이저침치료기와 같은 작용원리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판결 팁 = 대법원은 한의사의 IPL 사용을 위법이라고 판단하면서도, 한의사의 ‘모든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일률적으로 위법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에 의하면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당해 의료기기 등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이 없고, △당해 의료기기 등의 개발·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한 것이며, △당해 의료기기 등을 사용하는 의료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등 상황에서 △당해 의료기기 등의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한의사가 이를 사용해도 무방하다면 한의사도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우리 법원이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적법하다고 본 사례는 없다.

 

2006년 선고된 서울고등법원 판례도 "국내 의료체계는 이원적으로 구분돼 있고, 컴퓨터단층촬영(CT)과 관련된 규정들은 한의사가 CT를 이용하거나 한방병원에 CT를 설치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며 한의사의 CT를 사용한 방사선 진단행위를 위법한 것으로 봤다.

 

2014년 선고된 대법원 판례는 한의사의 '필러'시술도 위법하다고 봤다. 필러시술은 피부 주위에 히알루론산을 직접 주입해 시술한 부위의 피부층을 높임으로써 전체적인 얼굴 미관을 개선하려는 의료행위다. 히알루론산 역시 첨단장비를 이용해 박테리아를 발효시켜 생산하는 것으로 한약이라고 볼 수 없어 필러시술은 전적으로 서양의학의 원리에 따른 시술이라는 게 당시 재판부의 설명이었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도 카복시시술,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한의사 2명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의료법 등 법령에서 한의사의 기복기 사용 또는 카복시 시술을 금지하는 법령은 없지만 사실관계 등에 비춰보면 한의사가 기복기를 사용해 카복시 시술을 한 것은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포함된 의료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우리 법원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가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지만, 의학과 한의학이 이원화 되어 있는 현행 법 체계 하에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입법적인 부분이 해결된다면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도 가능해질 것이다.

 

 

◇ 관련 규정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①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1. 외국의 의료인 면허를 가진 자로서 일정 기간 국내에 체류하는 자

2. 의과대학, 치과대학, 한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한의학전문대학원, 종합병원 또는 외국 의료원조기관의 의료봉사 또는 연구 및 시범사업을 위하여 의료행위를 하는 자

3. 의학ㆍ치과의학ㆍ한방의학 또는 간호학을 전공하는 학교의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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