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KIMES 2016 국제 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다양한 종류의 영상의료기기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해 초 정부는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실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1월 30일 대한의사협회·대한전공의협의회·의대생 등은 집회를 열고 "정부가 검토 중인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무모한 실험이다"라고 비판했다.

의료법 전문가 A씨는 "현 정권이 원격의료기기 문제와 더불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실시를 통과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결국에는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면서도 "다만, 그 전에 한의사들이 기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법 전문가인 B씨 역시 "자동화 기기들의 활용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만큼 의료기기 역시 그러한 시류의 흐름에 따라 점점 더 자동화 돼 결국 언제까지나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다만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한의사들이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기기를 판독하고 치료에 적용할 때 오류가 없을 정도의 수련을 받았을 것이 전제된다"고 말했다.

◇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 필요 없나?

대법원에 따르면 의료법이 의사와 한의사를 이원적 의료체계로 규정한 것은 각자의 영역범위를 벗어나는 의료행위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결국 한의사에게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할 수 있는지 여부의 핵심은 국민 건강에 위해가 생길 우려 즉 '위험성'이다. 이에 대해 의료법 전문가 C씨는 "한의사들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컴퓨터 단층촬영(CT) 등을 활용하는 것은 환자를 위해 좋다고 본다"면서도 "문제는 이러한 의료기기를 한의사가 판독하고, 이를 이용해 치료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처럼 자동화된 기계들이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앞으로 의료기기도 자동화가 된다면 기존처럼 진료정보 등을 의사나 의료기관이 ‘소유’한다는 개념보다는 ‘관리’를 한다는 쪽으로 개념이 바뀔 것"이라면서 "아마 일반인도 본인의 상태를 자가 진단할 수 있을 정도로 의료기기들이 잘 분석되어 나와 판독의 문제 등이 없게 된다면, 의사가 아닌 사람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안전 우려도 줄어들 것이다"고 전망했다.

◇ 면허로 인정되는 의료행위 범위…확장 가능성은?

복지부는 양·한방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와 한의계 모두 이 같은 복지부의 입장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마디로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의료법을 가르치는 C씨는 "교육과정이 통합되지 않는 이상 양·한방의 통합은 어려울 것 같다"서 "대신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의료인과 비의료인을 나누면서 미국의 진료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와 같은 중간적 보조자가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의료기기가 지금보다 더 발전돼 의료행위가 디지털화되는 날이 온다면 굳이 그런 의료기기의 사용까지 의사가 다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현행 의료법도 의료인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의료 지식을 갖춘 진료보조인력을 인정해 이들로 하여금 의료기기를 사용한 의료보조행위를 할 수 있도록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의료법 전문가인 D씨 역시 "앞으로 한의사들도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고 그 검사 결과를 환자에게 해석·적용해 그에 따른 합당한 치료 계획을 세워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춘다면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진단기기를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 자체의 위험성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많았던 골밀도 측정기를 예로 들며 "치료기기는 별론으로 하고 이런 진단 기계 자체만 보면 그 사용이 사람의 인체에 큰 위해를 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출된 결과를 과연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해 치료를 할 것인지에 따라 환자의 예후나 건강에 큰 차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과대학이든 한의과대학이든 교과과정에서 그러한 기기 사용에 대한 부분을 체계적으로 배워 환자 건강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 지식을 갖추도록 해 그러한 의료인에게만 기기를 다룰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