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3M 본사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환경부는 이날 유독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을 함유한 항균필터가 사용된 공기청정기 51개 모델과 가정용 에어컨 33개 모델을 공개했다. 공기청정기와 가정용 에어컨 항균필터는 모두 3M이 제조한 것으로 3M은 해당 제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스1

이번에는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에 사용되는 외국계기업의 항균필터 제품에서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어 소비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한국쓰리엠에서 공급한 필터는 삼성, LG, 쿠쿠전자 등 공기청정기 58개 모델과 가정용 에어컨 27개 모델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현재 소비자들은 해당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렌탈 계약에 대한 해지를 요구하고 있으나 업체들은 법적인 문제가 없음을 들어 대부분 거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옥시 사태로 불거진 유해물질에 대한 문제. 캐면 캘수록 우리 일상 생활에서 사용되는 다수의 제품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건발생 후 조치에 급급하던 정부도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나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업체 등에 자진회수를 권고하는 등 비교적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있다. 그 동안의 사건들로 학습효과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얼마 전 코웨이에서 판매 또는 대여하고 있는 일부 얼음정수기 모델에서 니켈이 검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코웨이는 이를 거의 1년간이나 소비자들에게 고지하지 않고 설명도 없이 불량 부품만 교체했다. 소비자들에게 항의를 받자 결국 문제가 된 전 제품에 대해서 환불조치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가시지 않고 있다. 니켈 흡입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보고되고 피해자들은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전 국내에 개봉되어 화제가 된 '괴물'이란 영화가 떠오른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미지의 생명체가 인간을 공격하는 줄거리를 가진 영화는 이제 더 이상 상상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발생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가습기살균제로 시작된 화학적으로 합성된 유해물질은 옥틸이소티아졸린(OIT)라는 화학전문가조차 생소한 물질을 전 국민이 모두 알게 하는 강력한 파급력을 가진 공포의 대상이 됐다. 이제 조만간 영화 '괴물'처럼 유해물질로 인해 유전자가 변형된 생물체가 발생할까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정부가 제품안전기본법에 따라 회수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체들은 자진해서 회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향후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비자들은 화학적 합성물질이 포함된 것이라면 항균필터, 모기기피제 등 다양한 제품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부처에서는 해당 제품이 어느 부처의 소관인지를 가릴 것이 아니다. 우선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제품에 대해서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번 사건처럼 선제적으로 조사하고 대응해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

과학의 발달로 현대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하고 있다. 반면 과학의 부작용으로 인해 유전자변형식품을 포함한 각종 문제로 인간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격언과 같이 온 국민이 몰라서 두려움에 떠는 일이 없도록 정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생활용 제품에 대한 문제 파악에 주력해 주기를 기대한다.

스카이특허법률사무소의 김태민 변호사는 식품영양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식의약 관련 사건을 주요 분야로 삼아 일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식품과 의약품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