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동대표 해임 사건이 부쩍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칼럼은 동대표의 해임 사유에 관하여 법원에서 소송 진행시 누가 증명책임을 부담하는가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자.(서울고등법원 2014가합103384).

통상적으로 어떤 동대표가 해임되면 그에 불복한 동대표가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법원에 증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소송에서는 그렇지 않다.

A씨는 문제가 된 아파트 402동의 10기 동별 대표자로 선출돼 그때부터 402동의 동별 대표자로 활동해 왔다. 그런데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402동 입주자 등으로부터 A씨에 대한 동별 대표자 해임제안서가 접수됐다. 그 이유는 A씨가 부당하게 관리 주체의 노무 인사에 간섭했고, 지하실에 적치된 물품을 치우지 않았으며, 운영비를 목적 외로 사용하는 등 아파트 관리규약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A씨에게 의견을 제출하라고 통보했고 A씨는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그 후 선관위는 A씨에 대한 동별 대표자 해임투표를 진행해 그 결과 총선거인수 56명 중 38명이 투표한 가운데 35표가 해임에 찬성했다. 이 결과를 기초로 선관위는 A씨를 동별 대표자에서 해임한다는 공고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동대표 해임과 관련해 동대표 해임 부존재확인소송을 다투는 A씨가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해임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B씨가 이에 대한 입증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동대표 해임 부존재확인소송'이란 형식적으로는 원고의 동대표 지위가 존재함을 확인하는 적극적 확인의 소(어떠한 법률관계가 존재함을 확인하는 소송)이다. 그렇지만 이는 투표 결과에 따른 원고에 대한 해임이 무효임이 전제돼야 한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소극적 확인의 소(어떠한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소송)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소극적 확인의 소에서는 원래 소송을 제기하는 쪽에서 청구를 특정해 권리발생원인사실을 부정하는 주장을 하면 상대방이 권리관계를 주장·증명할 책임이 있다. (채무부존재확인의 소에 관한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45259 판결 등의 취지 참조)

그래서 법원은 이 사건에서 해임이 유효함을 주장하는 B씨가 정당한 해임사유가 존재함을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근거해 법원은 결국 정당한 해임사유가 있었다는 데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며 A씨에 대한 해임은 무효라고 결론내렸다.

소송에서 증명책임을 누가 부담하느냐 여부는 소송의 승패로 직결된다. 법원에서는 해임 당한 동대표가 아니라 해임을 시킨 아파트 측에 증명책임을 부담시켰다. 아파트 측에 증명책임을 가중시킨 것이다.

결론적으로 아파트에서는 차후 동대표를 해임할 경우엔 신중해야 한다. 법적 소송이 진행된다면 아파트 측에서 해임의 정당성에 관해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