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이혼을 준비 중이던 아내가 남편을 정신병자로 몰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킨 뒤 그에게 퇴원을 빌미로 재산 이전을 요구해 부동산을 이전 받은 영화 같은 사건이 실제 대법원(2000도4415)까지 간 사례가 있다.

부부인 A씨(男)와 B씨(女)는 이혼에 합의하며 B씨가 A씨에게 1억을 주는 대신 A씨는 B씨에게 부동산 등을 이전해주기로 하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합의서 작성 이후 마음이 바뀐 A씨는 자신의 인감이 B씨에게 있어 자칫 B씨가 일방적으로 부동산 등을 자기 앞으로 이전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인감개인신고를 해뒀다.

한편, B씨는 정신병원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 남편인 A씨의 상태를 설명했고, 그로부터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들었다. 그러자 B씨는 의사가 A씨를 직접 대면해 진찰하거나 병원장의 입원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원무과장에게 남편의 강제입원을 부탁했다. 원무과장은 B씨의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판단해 A씨가 입원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A씨를 강제로 구급차에 실어 병원에 데려와 강제입원 조치를 했다.

입원 조치 된 A씨를 대면 진찰한 이 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진찰 결과 A씨에게는 편집성 인격장애와 알콜의존증이 있어 치료를 위한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고, 이에 따라 병원장은 A씨에 대한 입원을 결정했다. 이후 B씨는 병원에 있는 A씨의 승낙을 받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A씨의 인감으로 다시 인감개인신고서를 작성해 이를 관할 동사무소에 제출했다.

아내에 의해 정신병원에 5개월 정도 강제 입원된 A씨는 B씨가 면회를 올 때마다 수차례 퇴원시켜달라고 부탁했지만 B씨는 "합의서에 따라 부동산 등을 내 앞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이야기만 하며 A씨의 퇴원 요청은 거절했다. 그러자 병원에서 하루 빨리 퇴원하고 싶었던 A씨는 B씨에게 자신의 부동산을 모두 이전해줬다.

이에 검찰은 남편을 5개월 간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뒤 부동산 이전등기를 요구한 아내 B씨를 공갈 혐의가 있다며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B씨는 남편에게 그의 재산을 내 앞으로 이전해주지 않으면 퇴원시켜주지 않겠다는 말을 한 적도 없고, 재산 이전 문제는 이미 이혼과 관련해 남편과 작성했던 합의서 내용이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갈죄의 수단으로서 협박은 구체적 사정을 참작해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이라며, "고지하는 내용이 위법하지 않은 것인 때에도 해악이 될 수 있으며,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의 방법에 의할 것을 요하지 않고 거동 또는 피해자와의 특수한 사정에 의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면 족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법리에 따라 법원은 비록 B씨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A씨에게 재산이전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퇴원시켜 주지 않겠다고 말하진 않았더라도, A씨의 퇴원 요청을 거절하며 재산이전을 요구했던 데에서 암묵적으로나마 공갈죄의 수단인 해악을 고지한 것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또 이러한 해악의 고지가 합의서의 내용에 따른 B씨 자신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더라도 그 수단과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었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결국 B씨는 협박으로 A씨로부터 재산을 이전 받은 혐의가 인정 돼 공갈죄 유죄를 선고 받았다.

◇ 판결 팁 = 우리 형법에서 '협박'이라는 단어가 비단 공갈죄에서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협박죄(형법 제283조 1항)에서부터 강간죄(형법은 제297조)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범죄의 구성요건 중 하나로 '협박'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각각의 범죄의 요건이 되는 협박의 정도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물론, 法에서는 '협박'이라고만 표현할 뿐,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해당 범죄에서 말하는 협박이 되는지는 해석의 문제로 남겨져 있기 때문에, 협박의 정도는 각 범죄 사례에서의 대법원이 판단한 기준에 따를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로, 위 판결에서처럼 공갈죄에 있어서의 협박을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대법원이 강간죄에서의 협박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라며 협박의 정도를 범죄 별로 다르게 판단한 바 있다.

◇ 관련 조항

- 정신보건법

제2조(기본이념)

① 모든 정신질환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는다.

⑤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에 대하여는 항상 자발적 입원이 권장되어야 한다.

제22조(보호의무자의 의무)

① 보호의무자는 피보호자인 정신질환자로 하여금 적정한 치료를 받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진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거나 입원을 연장시켜서는 아니된다.

제24조(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①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보호의무자가 1인인 경우에는 1인의 동의로 한다)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입원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하여 당해 정신질환자를 입원등을 시킬 수 있으며, 입원등을 할 때 당해 보호의무자로부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입원등의 동의서 및 보호의무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받아야 한다.

- 형법

제350조(공갈)

①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