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2일 오전 12·3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방조한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조사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검팀이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22일 서울고검 청사에서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한 전 총리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국무회의 부의장이자 국정 2인자였던 한 전 총리가 대통령의 독선을 견제할 책무를 저버리고 도리어 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것처럼 보이도록 관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 윤 전 대통령 연락을 받고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계엄에 동조·가담했다는 시각이다.

박 특검보는 "계엄을 누군가 하고자 한다면 절차를 무시하며 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막지 못했다고 해서 형사책임 있다고 할 순 없다"고 했다. 다만 "국무총리실 역할이란 대통령을 보좌하기도 하지만 견제하는 기관이기도 하다"며 "헌법을 수호하고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는 책무를 하는 데 중점을 두고 보좌했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와 국회 등에서 위증한 혐의도 있다. 이외에도 기존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고자,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에 관여하고 이를 폐기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서 계엄 선포문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가 최근 일부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가 구속을 피하기 위해 진술을 뒤집고 일부 혐의만 시인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 특검보는 "(진술을 바꾼) 경위 등을 봤을 때 과연 시인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범죄 전체가 아닌 일부만 시인했을 때 (진술을 바꾼) 경위 등을 고려해 이를 시인으로 볼 수 있을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전 총리의 혐의와 관련해 가장 큰 테마는 내란 관여 여부"라며 "이 부분을 인정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부분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이르면 이번 주말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이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구속돼 있는 만큼 한 전 총리 역시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특검팀은 오는 23일과 24일에는 '북풍 의혹' 등과 관련해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노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을 준비하던 특정 시기에 비화폰으로 집중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예비역 중장 A씨를 특정해 최근 소환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 관저팀 소속으로 근무했던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을 오는 23일 소환해 조사한다. 특검팀은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 요청을 받고 당 소속 의원들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에서 당사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혼란을 야기했다는 의혹이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추 전 원내대표가 비상계엄 전후로 대통령 관저를 방문했는지, 윤 전 대통령과 계엄을 사전에 논의했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