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경범죄처벌법 제3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 등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있다./사진=뉴스1

24일 헌법재판소는 지역농협의 비상임이사 선거의 후보자였던 A씨 등이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로 지지를 호소했다가 선거 공보 배부 외의 방법으로 선거 운동을 했다며 처벌받은 후 근거 조항에 대해 문제가 있다며 낸 위헌소원 사건에서 "해당 조항들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청구인들의 결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만장일치 위헌 결정을 내렸다.

옛 농업협동조합법에선 지역 농협 이사 선거와 관련해 전화나 컴퓨터 통신을 이용한 선거 운동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도록 했다. 

헌재는 "이 조항들은 이사 선거 후보자이자 조합원인 청구인들의 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며 먼저 과잉금지원칙 위반여부를 살폈다.

헌재는 "해당 조항들이 선거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므로 입법 목적은 정당하고 전화나 컴퓨터 통신을 이용한 선거 운동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한 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재는 "선거 공보의 배부만을 허용하면 농협의 자율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전화나 컴퓨터 통신은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후보자들의 부당 경쟁 방지를 위해 이를 통한 지지 호소까지 금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헌재는 "선거가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공익이 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정당화할 정도로 크지 않다"면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한편 이 사건의 일부 청구인들은 이번에 위헌 결정된 조항들을 근거로 벌금 150만원, 나머지 청구인들은 벌금 100만원의 판결을 선고받고 항소 후 상고하지 않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그러나 청구인들은 제1심 재판 중 문제가 된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해달라며 재판부에 제청신청을 했고 이 신청이 기각되자 다른 조항까지 추가해 2015년 2월10일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 위헌 결정에 따라 농협 이사 선거에 선거 공보 배부 뿐 아니라 전화와 컴퓨터 통신을 이용한 지지 호소의 방법으로 선거 운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또 해당 범죄 사실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청구인들은 재심을 청구해 구제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