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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기수선충당금 예탁은행 임의 변경, 해임사유?

[the L] 관련 규정 없었다면 해임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장기수선 충당금 등의 예탁 은행을 변경하는 경우 무슨 불순한 의도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경우가 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급기야 해임 절차로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당사자의 불순한 의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면 객관적인 사실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법원도 역시 드러난 사실만을 보고 판단한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없이 임의로 장기수선충당금의 예탁 은행을 변경했을 경우 동대표 해임 사유가 될까. 법원은 관리규약에 의결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임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부산지방법원 2013. 3. 29. 선고 2012가합13326 판결).

재판부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사항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주택법 시행령과 해당 아파트 관리규약에서는 장기수선충당금의 예치 금융기관 변경을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결의 없이 장기수선충당금 예치 금융기관을 변경했더라도 해당 아파트 관리규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해임사유인 주택법령 또는 이 사건 관리규약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은 배관, 승강기 등 아파트 주요 시설을 수리 또는 교체하는데 쓰기 위해서 사용하는 비용을 말한다. 장기수선충당금을 예치하는 금융기관의 변경에 관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아무런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의 관리규약에는 장기수선충당금을 변경하는데 입주자대표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었다. 단지 장기수선충당금 운영 규정에 그와 같은 조항이 규정돼 있었다.


이에 법원은 해당 운영규정 내용이 위임의 범위를 넘어 무효라고 판단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규약에서 한정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사항을 추가적으로 새로이 규정했다는 이유다.

이 사건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해임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장기수선충당금의 위탁은행을 변경함으로 인해 다소의 이자 차이가 있고 이러한 이자 손실 자체를 손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회장이 선관주의를 위배해 아파트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기존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은행을 변경함으로서 이자 수익은 줄었지만 안전한 상황을 만들었고 이자 수익에 대해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는 없었다고 봐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을 해임시키지 않았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권형필 변호사는 주로 집합건물과 부동산 경매 배당 관련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저서 집필, 강의, 송무 등으로 활동 중이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경매·집합건물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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