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문의 02-724-7792

아내가 몰래 켜둔 통화자동녹음에 돈선거 들통…대법원 판단은

=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15.8.20/뉴스1

상대방이 몰래 휴대전화 통화를 녹음한 경우 사생활 침해가 크다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게 징역 10개월을, C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A씨 등은 2019년 3월 수산업협동조합 조합장 선거에서 후보자 C씨의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면서 금품 제공·선거인 방문·대량 메시지 발송 등 불법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A씨와 그의 배우자 D씨, 다른 피고인간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해 증거로 제출했다. 당초 A씨의 휴대전화는 통화 녹음 기능이 꺼져 있었지만 배우자인 D씨가 몰래 자동 녹음기능을 켜 약 3년 동안의 통화가 녹음됐다.

1심과 2심은 이들의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A씨 등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배우자와의 녹음 파일은 '사인(개인)에 의한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는 정당한 증거로 볼 수 있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A씨의 배우자가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직접 대화를 나누며 통화를 녹음했기 때문에 침해 정도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배우자가 녹음파일을 외부에 유출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했다.

대법원은 또 범행 증거 수집을 위한 의도로 녹음이 이뤄지지 않았고 선거 과정에서 금품 살포 행위가 은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범행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증거로 사용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다만 "증거수집 절차가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격적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해 사회통념이 허용한 한도를 벗어났다면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우월하다고 섣불리 단정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통화 당사자라고 하더라도 몰래 녹음했고 녹음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춰 사생활이나 인격적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했다면 형사사건에서 증거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화 통화 일방당사자의 통화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이 문제가 된 상황에서 녹음 경위와 내용 등이 사생활을 중대하게 침해한 경우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목록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