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청사/사진=뉴시스

모친이 출산 직전 미국으로 떠나 약 한 달 체류 후 돌아오며 취득된 복수 국적에 대해 법원이 이를 원정 출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양상윤)는 원고 A씨가 서울남부출입국 외국인사무소장에 제기한 국적선택신고 반려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2003년 7월 미국에서 태어난 A씨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부모를 둬 한국·미국 국적 모두 취득한 복수 국적자였다. A씨는 지난해 2월 국내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외국 국적 불행사를 서약하고 한국 국적 선택 신고했다.

출입국은 이를 반려했다.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만으로는 한국 국적을 선택할 수 없으며 반드시 외국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고 봤다. 국적법 13조 3항에 따르면 외국 국적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외국에서 체류한 사람은 외국 국적을 포기해야만 대한민국 국적 선택 신고를 할 수 있다.

이에 A씨 측은 "모친이 미국 국적을 취득하게 할 목적으로 미국에 체류한 것이 아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국적법에는 예외 규정으로 '2년 이상 계속해 외국에 체류한 경우' 국적 포기에서 제외되도록 규정한다. 이를 근거로 부모가 출생 전후를 합산해 2년 이상 계속해 미국에서 체류했다고 주장했다.

모친의 출입국 기록을 살핀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법원은 원칙적으로 자녀의 출생일 기준 전후로 '계속해' 2년 이상 체류해야 한다고 봤다. 기록상 A씨의 모친은 출산 직전인 2000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에 살다가 출산 당시인 2003년 7~8월 약 1개월간 미국 체류했다. 출산 후 한국에 돌아와 거주하던 A씨 모친은 2011년이 지나서야 다시 미국에 방문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국적법은 엄격한 단일국적주의를 채택해 오다가 2010년 법률 개정으로 제한적으로 복수국적을 허용하게 됐다"며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 방식을 통한 사실상의 복수국적 유지는 당연한 권리로 주장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국적법 예외 규정과 관련해 "원정출산 등 편법으로 자녀에게 외국 국적을을 취득시키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복수국적 허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규정으로 보인다"며 "원고의 주장과 같이 해석할 경우 위와 같은입법 취지를 제대로 달성할 수 없게 된다"고 판단했다.

A씨는 부모가 A씨의 안전을 위해 미국에서 조부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출생하려고 했던 것이라고도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설령 원고의 모친에게 원고의 안전한 출산을 위한 목적 또한 일부 존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의 모친이 원고에게 B 국적을 취득하게 할 목적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