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내란 혐의 수사 과정에서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됐다는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사진은 24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의 모습. /사진=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영장 쇼핑' 논란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윤석열 대통령 측이 청구한 구속 취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체포영장 집행 이후 이뤄진 체포적부심이 이미 기각된 점, 이미 기소 상태로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구속이 취소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24일 윤 대통령 변호인단과 공수처 설명을 종합하면 공수처는 지난해 12월6일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압수수색영장과 통신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동일 또는 유사 내용의 영장이 중복 청구되고 있다'는 기각사유를 밝혔다. 이후 수사를 진행하면서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영장 쇼핑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장 발부 확률을 높이려 특정 법원을 찾았다는 것이다. 반면 공수처는 사건 관계자들의 관할 등을 고려해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했고 수차례 영장 재판 등을 통해 문제가 없음을 확인받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의 영장청구가) 적절하진 않았다. 한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으면 (다른 영장도) 같은 법원에 청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도 "공수처가 굳이 그렇게 무리를 할 필요가 없었는데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것은) 참 아쉬운 결정이었다"고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구속영장 역시 불공정하게 청구, 발부, 집행이 된 것으로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 교수는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고 다시 체포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하면서 (기각사실을) 밝히지 않았으면 불법인데 서울중앙지법(압수수색·통신)과 서울서부지법(체포)에 청구한 영장 내용 자체가 달라 불법은 아니다"라며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가 됐고 이후 구속영장도 심사를 통해 적법하게 발부됐기 때문에 (구속 취소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태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판사가 대통령에 대한 수사권이 공수처에 없다고 판단하면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도 효력이 없다고 볼 것 같다"면서도 "이미 한 달 이상 (구속)된 상태에서 석방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아무도 관심없는 사건이라면 구속 취소 여지가 크다"며 "하지만 여론을 무시할 수 없어 구속 취소가 안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 4일 내란 혐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에 구속 취소를 청구했다.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 법원은 직권 또는 검사·피고인·변호인 등의 청구에 의해 구속을 취소할 수 있다. 재판부는 지난 20일 구속 취소 심문을 진행했고 윤 대통령 측과 검사 양측에 열흘 내에 추가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서를 검토한 후 이르면 다음달 초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대통령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지난 21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보석과 구속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이유 없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