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소환 요청에 두 차례 불응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윤 전 대통령 강제 인치에 실패한 사례에 비춰볼 때 김건희 특검팀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도 조사가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구속된 피의자, 체포영장으로 얻을 실익 부족… '명분 확보'용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 등 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친 뒤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 김건희 특검팀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는 실익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윤 전 대통령이 '버티기'에 들어간 이상 물리력을 사용해 강제로 조사실에 앉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그렇게 윤 전 대통령을 조사실에 앉힌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조사가 이뤄질리 만무하다. 이에 법조계 관계자들은 특검팀이 명분을 쌓기 위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이번 영장 청구는 특검이 윤 전 대통령을 데려올 명분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며 "체포할 권한이 있음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 특검 측과 윤 전 대통령 측의 '기싸움' 느낌이 강하다"고 밝혔다. 이미 구속된 피의자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는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곽 변호사는 "구속이 됐는데도 나오지 않는 윤 전 대통령을 강제로 조사실에 앉혀도 진술을 들을 가능성은 적다. 진술 거부가 유력하다"며 "앞서 윤상현 의원의 진술, 명씨와 윤 전 대통령의 녹취록 등은 특검이 이미 확보한 상황이라 특검이 윤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지 않고도 충분히 기소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했다.
집행 불능 가능성도…결국 방문조사로 가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5차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며 지지자들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1

일각에서는 김건희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구치소에 방문해 조사를 진행하는 방문조사를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구속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 관련 전례를 보면 집행 불능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말 조사가 필요하다면 방문조사가 더 현실적일 것"이라고 했다. 당장은 특검팀이 방문조사를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과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윤 전 대통령을 체포·구속한 뒤 서울구치소에 별도 조사실을 만든 적이 있다.

규정상 구치소 수용실은 교정공무원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체포영장에 대한 실질적 집행은 구치소 측이 하게 되는데 앞서 서울구치소 측은 윤 전 대통령의 강제 인치에 실패한 바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발부 이후에도 협조를 거부할 경우 어떤 방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김건희 특검팀은 30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웨스트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윤 전 대통령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아무런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특검에 출석하지 않았다"며 "특검은 오늘 오후 2시12분쯤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국민의힘 공천개입 의혹에 연루돼 있다. 해당 의혹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명씨에게 무료 여론조사를 받은 대가로 같은해 6월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 명씨와 가까운 김영선 전 의원이 경남 창원 의창 선거구에 전략공천되도록 도왔다는 의혹이다.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윤상현 의원, 국민의힘 당대표는 이준석 대표였다. 윤 의원은 지난 27일 특검팀 조사를 받았다. 윤 의원은 특검팀에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한 전화를 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