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구글 알파고와의 3차 대국을 끝낸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이날 이세돌 9단은 이날 대국에서 176수 만에 흑 불계패를 당했다. 제1, 2대국에 이은 3연속 불계패다. /사진=뉴스1

최근엔 법원과 검찰이 서로 형사재판에서의 주도권 싸움을 하면서 '재량권' 다툼으로 번져가고 있다. 검찰의 주장은 법원이 공식화된 양형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고 법원은 그 반대로 법관의 '재량'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 알력 다툼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 일반의 시각으로 보면 어떨까. 국민들은 검찰이나 법원의 손을 들어주기보단 '둘 다 신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더 클 것이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의 '2016 법원 신뢰도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0.6%가 '재판결과가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58%는 법원을 불신했다. 물론 검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형사정책연구원 설문 결과에 따르면 검찰에 대해 응답자의 16.6%만 '신뢰한다'고 답했고 51.8%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으면서 높아진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은 법조계로도 퍼졌다. 자기 직업군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을 점쳐보는건 법조계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어느 연구에 의하면 판사의 인공지능에 의한 대체가능성은 40%로 다른 직업군에 비해 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숫자'가 나타내는 '기술적 대체 가능성'이 아니라 '명분'이다. 기술 진보에 의해 판사의 '판단'을 대체할 정도의 인공지능이 나오리라는 것은 시기의 문제일 뿐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인공지능 판사를 우리 사회가 수용할 '명분'과 '요구'가 있느냐다. 

결국은 사법시스템 신뢰도가 판단 근거가 된다. 사법 불신이 계속 높게 유지된다면 우리 사회는 오판 가능성이 높은 '인간 판사'보다 선입견과 감정 개입을 배제한 '인공지능 판사'를 더 원할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이 아무리 저항하고 위험성을 주장해도 여론에서 앞서면 막지 못할 것이다. 결국 현재 국민들이 문제삼고 있는 '재판 절차와 판결의 불공정성'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판사 업무의 일부라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자는 목소리가 나올지 모른다.

◇검찰 'PGS'와 보편화된 '판례검색'…이미 법조계도 IT활용도 높아져

사실 법조계에서 컴퓨터 알고리즘은 실제 업무에 이미 사용되고 있다. 인공지능 수준에 이르지 않았을 뿐이다. 검찰이 구형 결과 산출에 사용하는 사건양형처리정보시스템(PGS: Prosecutorial Guideline System)이 대표 사례다. 

지난해 법사위 국감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위 마약사건 봐주기논란에선 PGS가 문제되기도 했다. 검찰 구형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며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과거엔 양형기준표가 있었으나 지금은 책자가 없고 PGS만 있다"고 답하자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PGS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거냐 그럼 검사가 뭐하러 필요하냐 일반사람이 그냥 넣으면 되는거지"라며 검찰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불과한 'PGS'에 구형책임을 넘기려는 모습을 질타했다. 임내현 국민의당 의원도 국감장에서 PGS 시현을 통해 검찰 구형이 정확했는지 확인해 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 발언은 구형 적절성 논란에 PGS 탓을 하던 검찰과 법무부 장관의 책임회피를 질타한 것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으로 대체된 미래의 판·검사 신세에 대한 지적으로 읽히기도 한다. 법원도 PGS같은 판결·양형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적용수준도 높다면 '판사 무용론'도 나올 수 있다. 판사의 편견과 감정을 배제한 판단을 보조하는 역할로 인공지능 수준은 아니더라도 PGS수준은 곧 도입될 수도 있다. 

◇법조계 과제…법지식에 IT기술의 긍정적 접목

변호사의 미래는 어떨까. 판·검사보다는 한쪽 일방에 유리한 주장을 위한 논리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인공지능 대체가능성이 낮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든지 알고리즘을 짜는 방법에 따라 의뢰인에게 유리한 논리와 자료를 찾고 적용까지 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나올 것이다. 

법적 쟁점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갈수록 줄고 유사 사례 데이터베이스만 확보해 입력해두면 활용가능성은 크다. IT기술로 판례 검색이 쉬워진 것만으로도 법률가들의 업무가 획기적으로 달라졌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에 준하는 더 나은 기술이 법조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법조계는 오랜 시간동안 현상 유지에 안주해 왔다. 법조라는 영역 자체가 현상과 질서를 지키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법조도 기술 발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인공지능 판·검사 등장을 걱정하기보단 기술의 진보를 공정한 수사·재판에 활용하는 능동적 변화가 필요한 때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최적의 기술적 '근거'로 최고의 '판결'을 끌어 낼 수 있다면 사법불신도 해소될 수 있다.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지금 어려운 법조시장은 구태의연한 송무시장에 국한된 것이다. 법지식에 기술을 보탤 수 있는 변호사가 '알파(Alpha)'가 될 것이고 '고'(GO)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