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 사건번호만 있으면 대출가능, 개인회생 인가 후 대출 우대, 개인파산면책자 전용 대출 등 채무가 너무 많아 갚지 못한 채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부업체의 대부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람들보다 우대금리를 적용해 주겠다는 대부업체의 인터넷 광고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실정이다.

◇ 개인회생·개인파산, 대부업체 대부상품 봇물…왜?

그런데 대부업체가 이미 돈을 빌렸다 돈을 못 갚은 경력이 있어 돈을 빌려주더라도 못 갚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들 채무자들에게 경쟁적으로 돈을 빌려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업체들이 이미 한번 돈을 갚지 않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이유는 개인파산면책, 개인회생절차 진행으로 채무자가 받게 되는 법률상 제약이 대부업체의 채권추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먼저 개인파산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적어도 5년간 개인회생신청을 할 수도 없고 면책허가결정의 확정일로부터 7년간은 면책을 신청하더라도 재량면책사유가 없는 한 면책불허가 되기 때문에 대부업체 입장에서 이 기간 동안 자유롭게 채권추심을 할 수 있다.

개인회생절차의 경우 금지명령여부에 따라 시기가 조금 달라지지만 개인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채무자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없게 되고 인가를 받게 되면 기존에 이뤄진 압류등도 없앨 수 있게 되어 대부업체입장에서는 개인회생절차 전보다 채권추심에 유리한 입장에서 대여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개인회생절차가 개시된 후 개인회생이 폐지되면 개인회생절차에서 확정된 채권자 목록을 집행권원으로 삼을 수 있어 대부업체입장에서는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도 신속하고도 별도의 절차비용 없이 채권추심을 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게 된다. 대부업체는 또 개인회생절차에서 법원에서 선임한 회생위원을 통해 채무자의 재산과 소득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서 채권추심이 용이해지는 부수적인 이익도 누리게 된다.

◇ 대부업체 '먹잇감' 된 개인회생·파산면책자들

개인회생절차를 진행 중이던 채무자가 이들 대부업체로부터 개인회생 사건번호 대출, 개인회생 개시 대출, 개인회생 인가 후 대출 등 다양한 명칭의 대출 중 하나라도 받는 순간 그 채무자는 법원에 제출한 변제계획안에 반영되지 않은 채무를 변제해야하는 부담이 생긴다.

조정된 최저생계비만으로 살아가야 하는 개인회생절차 중의 채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경우 그 다음은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금 미납으로 개인회생절차가 폐지되는 길만이 남게 된다. 이렇게 개인회생이 폐지된 채무자는 또다시 개인회생을 신청하거나 대부업체 등 채권자들을 피해 도망 다니며 살 수 밖에 없게 되어 개인회생절차를 통한 경제적 갱생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도산절차를 이용하는 채무자들의 경우 급전이 필요한 경우도 많고 개인회생 및 파산에 대한 법적효과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도 받지 못한 채 브로커들과 절차를 진행하는 채무자가 많다보니 특히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하는 채무자들은 대부업체의 좋은 먹잇감이 되어 버린 것이다.

채무자가 도산절차이용과정과 이용 후 대부업체의 유혹으로 경제적 갱생과 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도산절차를 이용하는 채무자들에게 도산절차를 이용하면서 대부업체를 통해 돈을 빌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며 도산절차 이용시 불이익에 대해 도산절차 중에 회생위원 또는 신청대리인을 통해 상세히 설명해 주도록 강제하는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특히 개인회생절차이용 채무자들이 갑자기 급전이 필요한 경우를 고려해 소액의 자금을 빌려주고 변제계획안에 따른 변제를 마무리한 이후에 변제하도록 하는 금융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선의의 피해자를 막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