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의 기만적인 연대보증제도 악용 사례는 이미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어 많은 채무자들이 그 위험성을 인식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 의뢰인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대부업체만이 아니라 농협 등을 포함한 번듯한 금융기관들마저 기만적인 연대보증계약을 통해 채무자와 그 주변사람들을 경제적 나락으로 몰고 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채무자 A는 자력이 부족해 지인 B와 C에게 그들의 땅을 담보로 제공해줄 것을 부탁했고 B와 C는 자신의 땅을 담보로 제공하는데 동의해 담보를 제공해 주었다. 담보제공을 위해 금융기관을 방문해서 대출담당자에게 땅만 담보로 제공하는 것이 맞는지도 물었고 그렇다는 답변을 들은 후 저당권을 설정해준 것이다. 그런데 근저당권 설정서류인줄 알고 서명한 여러 서류 들 중에는 연대보증에 관한 서류가 포함되어 있었다. B와 C는 이러한 사실을 채무자 A가 빚을 못 갚아 자신들의 땅이 경매로 처분되어 버린 후 금융기관으로부터 경매로 배당받은 금액외의 채무에 대해서도 연대보증인으로 책임을 지라는 청구를 받고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땅마저 경매로 잃어 억울한 B와 C가 자신들이 인식조차 못했던 서류들로 인해 연대보증채무를 부담하는 것을 구제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B와 C가 땅을 담보로 제공하는데 추가로 연대보증까지 선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때문에 이미 은행법 제52조의 2 제1항 제2호 및 은행법시행령 제24조의4 제1항 제4호는 불공정영업행위의 하나인 “여신거래와 관련하여 제3자인 담보제공자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행위”로 보아 현재는 금지된 대출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은행법 관련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 대한 명문규정상의 효과는 과태료에 불과한 한계를 지녀 B와 C가 이 규정을 통해 곧바로 보호받기는 어렵다. 하지만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금융감독기관의 규제를 피하는 노력을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연대보증인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될 수도 있다.

또한 과거 법원의 판결을 살펴보면 연대보증에 관한 설명의무를 해태한 경우에 연대보증인의 절차권이 침해된 것으로 보아 연대보증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인정하는 판결들도 존재한다. 서울지방법원 항소부는 과거 연대보증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들은 바도 없이 담보제공서류인 줄로만 알고 서류들 중에 포함된 연대보증서류에 서명한 경우 연대보증인의 취소항변을 받아들여 연대보증채무를 인정하지 않기도 했다. 이렇게 서류에 서명한 것은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금융기관측이 설명의무를 해태하여 착오를 유발하였다 할 수 있다. 이처럼 자신의 과실로 인해 표의자에게 착오를 야기한 자가 도리어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는 점을 원용하여 의사표시의 취소를 방해하는 것은 착오제도의 목적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연대보증채무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던 1심을 파기하고 연대보증채무가 없다는 판결을 내려 연대보증인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연대보증계약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는 점을 금융기관측이 입증을 못하는 경우에는 연대보증계약이 약관으로 평가받는 조항에 의해 이루어진 경우라면 금융기관이 약관규제법상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을 들어 연대보증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연대보증의 폐해를 막기 위한 법적 장치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기만적인 연대보증으로 인한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연대보증인들이 미리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현행법상 보장된 절차적 권리를 주장하고 이에 대한 하자가 있을 경우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연대보증채무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기관이라는 골리앗에 맞서 싸우는 다윗 연대보증인들이 법이라는 작지만 강한 돌멩이를 골리앗의 급소에 명중시켜 이기는 모습을 기대하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