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이 시점에 남몰래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지진 현장으로의 여행을 계획했던 여행객이다. 여행을 가도 괜찮은 것인지, 만약 간다면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인지, 여행이 현지인들에 폐가 되지 않을지 부터 시작해 여행을 취소한다면 혹시 손해는 없는지까지 여러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할 수 밖에 없다.

2016년부터 민법의 전형계약에 여행계약이 추가되었는데 민법 제674조의 3에 따르면 여행자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다만 여행자는 상대방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이때 상대방에게 발생한 손해는 여행자의 계약을 믿고 상대방이 계약이행에 나섰다가 입은 손해를 말하는데, 구체적으로는 항공권 예약·취소수수료, 숙박 예약·취소수수료 등이 있다.

그렇다면 이번처럼 현지에 대지진이 난 경우에도 여행자가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계약을 해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인 여행사에게 손해배상을 해줘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구마모토 현지 상황이 여행을 하기에 상식적으로 무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고, 여행계약을 정상적으로 달성할 수 없을 것이 예상되는 경우 여행객이 여행계약을 해제한다고 하여도 이 때의 해제는 여행객의 귀책사유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대지진으로 인해 여행을 취소한 여행객들에 대해 대부분의 여행사는 취소수수료 부과를 면제하였다.

나아가 우리 법원은 기획여행(패키지)을 기획한 여행사에게 현지 상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등 여행객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판시한바 있다. 우리 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기획여행을 기획한 여행사는 다양한 매체의 보도 및 여행사가 수집·파악한 현지 상황을 여행객에게 구체적으로 알림으로써 기획여행의 실시에 관하여 조우할지 모르는 위험을 여행객 스스로 수용할 것인지 선택의 기회를 주는 등의 합리적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는 것이다.

여행을 계획하기에 앞서 현지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조사하는 것은 비단 여행사만의 일은 아니다. 여행객 스스로도 철저한 준비를 통해 여행지에서 마주칠 수 있는 위험상황을 사전에 인지하고 예방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특히 기획여행이 아닌 개별자유여행의 경우 여행사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보다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