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소 물건을 사고 팔면서 생활한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세금문제가 함께 한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물건을 사고 판다'고만 생각할 뿐 그 속에 세금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과자나 음료수를 사는 경우에도 세금을 낸다. 하지만 이때 내는 돈이 과자나 음료수를 구입한 대가라고만 생각한다. 세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물건 값과 세금을 구분하지 않고 물건 값에 세금을 포함해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사회적 여건이나 환경에서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세금을 느끼기 어렵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물건 가격의 표시방법을 바꾸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격=물건값(공급가액)+세금(부가가치세)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매장 진열대에 놓여 있는 물건 옆에 적혀 있는 금액은 물건 가격과 세금이 합해진 금액, 즉 세법상 공급가액과 부가가치세를 구분하지 않고 둘을 합한 금액이다. 영수증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구입하는 물건의 대가에 부가가치세라는 세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 즉 물건의 대가 이외에 부가가치세를 따로 지급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지나칠 수 있다.

매장 진열대에 물건 가격만 적어 놓으면, 계산할 때 세금을 따로 내야하니, 매장에서 본 물건 가격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세금의 존재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회시스템에서는 초등학생도 물건을 살 때 '이 물건을 사면 세금을 얼마 내고, 물건 값과 세금을 합해 총 얼마를 지출하는 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건 가격과 세금을 자연스럽게 구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흰 우유를 살 때에는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고 딸기우유나 초코우유를 살 때는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는 재미있는 사실도 알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세금의 본질(예를 들면 부가가치세가 뭐지, 왜 어떤 물건에는 부가가치세가 붙고, 어떤 물건에는 부가가치세가 붙지 않을까 등)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된다.

물건의 대가와 세금이 명확히 구분돼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이상, 어린아이든 어른이든 세금의 존재는 언제나 피부로 와 닿을 수밖에 없다.

세금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물건값·세금' 따로 표시법 고민할 때

국민이 세금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평소 세금의 존재를 피부로 느끼면서 세금을 납부해 온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탈세범에 대해 분명히 더 많은 비난을 가하거나 반감을 갖을 것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제대로 집행하는 지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고, 무엇보다도 세금이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임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자신이 속한 사회의 여건이나 환경에 따라 세금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당장은 여러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세금의 존재를 생활에서 직접 느낄 수 있고, 모든 국민이 세금을 내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하루 하루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물품 가격을 표시할 때 세금을 제외한 공급가액(물품가격)만을 적고, 계산할 때 물품에 대한 세금이 얼마인지 따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사회시스템을 바꾸는 방안을 다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한다.


법무법인(유) 화우의 전완규 변호사는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31기)를 수료했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회계학을 전공했으며,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업무 분야는 법인세, 부가가치세, 지방세 등과 관련된 조세자문 및 조세쟁송, 특히 국제조세 관련 분야다. 그 밖에도 풍력발전사업, 토지수용 등을 포함해 각종 일반행정에 관한 자문 및 소송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