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지역의 경찰관에게 전화해 그 지역 내에 있는 특정 건물을 폭파하겠다고 말한 경우 협박죄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A씨는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는 특정 정당이 국회에서 예산안을 강행처리했다는 소식을 듣고 화가 났다. 그는 공중전화를 이용해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전화를 받은 경찰관에게 "경찰서 관할구역 내에 있는 특정 정당의 당사를 폭파하겠다"고 말했다. 한 번이 아니라 A씨는 여러 번 전화해 폭파 위협을 했고 그때마다 경찰관이 그 전화를 받았다.

이에 대해 검사는 A씨가 당사를 폭파하겠다고 말한 것은 협박죄에 해당한다며 A씨를 재판으로 넘겼다. 이에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대법원 재판부는 협박죄 혐의를 받은 A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2011도10451 판결)

재판부는 "(A씨의 말은) 특정 정당에 관한 해악을 말한 것이므로 각 경찰관 개인에 관한 해악을 말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며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특정 정당에 대한 해악의 고지가 각 경찰관 개인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큼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A씨의 협박죄 혐의에 대해서 무죄라고 판단했다.

협박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그 상대방이 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말)해야 한다. 그런 해악을 말했는지를 판단하는 요소는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관계·지위 △친숙함의 정도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여기서의 '해악'이란 법적인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 그 해악이 반드시 피해자 본인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 외에 친족이나 제3자의 법익을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더라도 본인과 그들이 밀접한 관계에 있어 해악의 내용이 피해자 본인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것이라면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A씨는 특정 정당의 당사를 폭파하겠다고 경찰관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그 말을 들은 경찰관과 특정 정당의 관계가 가깝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경찰관의 입장에서 공포심이 들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다. 그런 이유로 A씨는 협박죄로 처벌받지 않게 됐다.

◇ 판결 팁 = 특정 정당의 당사를 폭파시키겠다고 여러 번 반복적으로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경찰관에게 말하는 경우에 협박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그 정도에 따라 장난전화가 너무 심한 경우 적발되면 경범죄처벌법 제3조의 '거짓신고'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 관련 조항

제283조(협박, 존속협박)

①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②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제1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