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구역의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 이뤄지면서 그 사업구역 밖에 있는 건물이나 토지를 가지고 있던 C씨는 도로확장공사 때문에 일부를 수용당할 처지에 있게 됐다. 그러자 C씨는 자신의 부인을 통해 구청장 A씨의 부인에게 보류지의 아파트를 배정받았으면 좋겠다는 민원을 넣었다.

C씨 부부의 민원을 들은 구청장인 A씨는 주택과장 B씨에게 재개발사업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이용해 C씨의 민원을 최대한 관철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결과 재개발을 하던 조합은 보류지(도로, 주차장, 공원, 학교 등으로 만들기 위해서 남겨 놓은 땅)의 아파트를 조합원이 아닌 C씨에게 조합원 가격으로 배정하고 분양하게 됐다.

이에 A씨와 B씨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기소됐다. 이 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 적용되는 범죄다. 이에 대법원은 어떻게 판결했을까.

대법원은 A씨와 B씨의 행위에 대해 직권을 남용해 조합 측이 아파트를 부당하게 배정하도록 만들었다며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3도2444 판결)

대법원은 "△C씨 부부가 넣은 민원은 일상적인 민원이라고 볼 수 없고 △A씨가 B씨에게 내린 지시는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민원해결을 독려하는 수준을 넘어섰으며 △B씨는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정당한 권한 행사를 넘어 직무행사를 가탁(거짓 핑계를 댐)해 조합에 부당한 요구를 한 것이 인정된다"는 원심의 판단을 모두 그대로 인정했다.

또 대법원은 "△조합 측에서는 B씨의 요구사항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일 합리적인 이유가 없었고 △오히려 조합은 이 사건 재개발사업 진행에 있어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요구사항을 수용한 것으로 보이고 △A씨와 B씨는 보류지 배정을 통한 민원 해결 요청이 조합에는 사실상 거부하기 어려운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그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직권 행사인 척하며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한다. 그 일반적 직무권한은 반드시 법적인 강제력일 필요는 없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구체적인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직권 남용에 해당하는지의 판단 기준은 △목적 △그 상황에서 볼 때의 필요성·상당성 여부 △직권 행사가 허용되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등 제반 요소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판결 팁 = 이 사건에서 조합원이 아닌 자에게 조합원의 가격으로 아파트를 배정받게 한 공무원들은 결국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받게 됐다. 이 죄는 공무원이 주체가 돼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 적용된다. 공무원의 특정 행위가 직권남용인지를 판단 기준하는 기준은 △목적 △그 상황에서 볼 때의 필요성·상당성 여부 △직권 행사가 허용되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등이다.

◇ 관련 조항

형법

제123조(직권남용)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