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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판례氏] 범죄 피의자 실명 보도…공익 높다면 可

[the L] 피의자가 公人이거나 사회적 이슈된 사건 등은 공익>사익 가능성 커

편집자주[친절한판례氏]는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과거 판례를 더엘(the L)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언론 보도를 접하다보면, 어떤 범죄 사건에서는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피의자의 이름을 익명으로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범죄 사실이 재판을 통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의 사람은 언론에 실명이 다 공개돼버리고 나면, 이후 무죄판결을 받더라도 기존의 보도들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낙인을 받게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무조건 피의자의 실명을 비공개할 수도 없다.

 

이와 관련해 언론의 범죄 피의자 실명 공개에 관한 기준을 설명한 대법원 판례(2007다71)가 있다.

 

A언론사는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X 상조회의 사회적 약자들을 상대로 한 횡령사건을 보도했다. 당시 방송에서는 직접 X 상조회와 그 이사장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으면서도, 상조회의 고금리 이자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프로그램 자막과 담당 프로듀서의 설명 등을 담아 해당 사건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에 X 상조회 측은 자신들과 이사장의 실명이 간접적으로 공개돼 많은 사람들은 A언론사의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자신들을 지칭하는 것임을 특정할 수 있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A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X 상조회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선 "언론기관이 범죄사실을 보도하면서 피의자를 가명이나 두문자 내지 이니셜 등으로 특정하는 경우에는 그 보도 대상자의 주변 사람들만이 제한적 범위에서 피의자의 범죄사실을 알게 될 것이지만,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해 범죄사실을 보도하면 피의자의 범죄사실을 알게 되는 사람들의 범위가 훨씬 확대되고 피의자를 더 쉽게 기억하게 돼 법익침해의 정도도 훨씬 커질 것"이라고 전제했다. 실명보도가 익명보도에 비해 피의자에게 주는 영향력이 큰 점은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법원은 범죄사실을 보도하며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하기 위한 기준도 제시했다. 재판부는 "피의자의 실명을 보도해 얻어지는 공공의 정보에 관한 이익(공익)과 피의자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이 유지돼 얻어지는 이익(사익)을 비교형량한 후 전자의 이익이 후자의 이익보다 더 우월하다고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공익이 사익보다 더 우월하다고 판단되더라도 그 보도의 내용이 진실과 다르다면 그 때는 실명이 보도된 피의자의 법익침해가 다른 때보다 더 커진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언론기관으로서는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해 범죄사실을 보도할 경우, 그 보도내용의 진실 여부를 매우 신중히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 피의자의 실명보도를 허용할 수 있을 정도로 공익이 사익보다 더 우월한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따라서 △범죄사실의 내용 및 태양, △범죄 발생 당시의 정치·사회·경제·문화적 배경과 그 범죄가 정치·사회·경제·문화에 미치는 영향력, △피의자의 직업, △사회적 지위·활동 내지 공적 인물로서의 성격 여부, △범죄사건 보도에 피의자의 특정이 필요한 정도, △개별 법률에 피의자의 실명 공개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여부,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침해되는 이익 및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의 광협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정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고도의 해악성을 가진 중대한 범죄에 관한 것이거나 △사안의 중대성이 그보다 다소 떨어지더라도 정치·사회·경제·문화적 측면에서 비범성을 갖고 있어 공공에게 중요성을 가지거나 공공의 이익과 연관성을 갖는 경우 또는 △피의자가 갖는 공적 인물(공인)로서의 특성과 그 업무 내지 활동과의 연관성 때문에 일반 범죄로서의 평범한 수준을 넘어서서 공공에 중요성을 갖게 되는 등 시사성이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익이 더 우월하다고 보아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하여 보도하는 것도 허용된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개인이 자신의 성명 표시 여부에 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가지지만, 성명을 표시한 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실과 밀접불가분한 관계에 있고,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한도에 있으면서도 그 표현의 내용과 방법이 부당한 것이 아니면 실명 공개가 성명권을 위법하게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에서 A 언론사의 손을 들어줬다.

 

 

◇ 판례 팁 = 형사 사건에서 ‘피의자’란 죄를 범한 혐의로 수사기관의 수사대상이 돼 있되, 아직 공소(公訴)가 제기되지 않은 상태의 사람을 의미한다. 공소가 제기된 이후의 사람을 뜻하는 '피고인' 개념과 대립된다. 즉,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다 공소가 제기되면 그 때부터는 피고인으로 신분이 전환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수사기관의 내사(內査)를 받는 상태의 사람을 '피내사자'라고 하며, 이 사람에 대해서는 피의자처럼 수사기관이 정식으로 입건을 해 조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피의자 단계에 까지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봐 피의자 개념과 구별된다. 피내사자가 내사 중 범죄혐의가 인정되게 되면 그 때 비로소 입건(수사의 개시)이 되고, 입건 이후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다.

 

 

◇ 관련 조항

- 헌법

제21조 ④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제27조 ④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①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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