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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심 생길 정도면 강제추행"…대법 40여년만에 처벌 범위 확대

=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15.8.20/뉴스1

대법원이 강제추행죄의 판단기준을 40여년 만에 변경했다.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는 종전 판례를 깨고 '신체에 대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면 강제추행으로 볼 수 있다고 새로 정의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사촌동생을 강제추행해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위계등추행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에서 A씨가 피해자에게 행사한 힘의 정도가 '상대의 저항을 곤란하게 할 정도'라고 볼 수 없다며 강제추행죄 대신 위계등추행죄를 적용한 데 대해 대법원은 판례를 변경해 강제추행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2014년 8월 당시 15세였던 사촌동생을 끌어당겨 침대에 쓰러뜨린 후 몸을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였다고 인정해 강제추행죄를 적용,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심은 강제추행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형법과 성폭력처벌법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규정한다. 그동안 법원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일 때 강제추행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종전 판례를 폐기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볼 때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면 강제추행으로 봐야 한다고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강제추행에서 '강제'의 사전적 의미는 '권력이나 위력으로 남의 자유의사를 억눌러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시키는 것'"이라며 "반드시 상대방의 항거가 곤란한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하지 않는 성적행위를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하는 경우 강제추행의 보호법익인 '원하지 않는 성적행위를 거부할 권리'가 침해된다"며 "피해자의 항거곤란을 요구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현행법의 해석으로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재판실무는 가해자의 행위가 폭행죄의 폭행이나 협박죄의 협박의 정도에 이르렀다면 사실상 '상대방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라고 해석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왔다"며 "이는 종래의 판례법리가 자칫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에게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거나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문제인식을 토대로 형평과 정의에 합당한 형사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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