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광규, 이휘향, 이서진, 김진민 감독, 유이, 김용건, 박정숙, 김유리(왼쪽부터)가 3월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주말드라마 '결혼계약'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모습.

최근 종영된 드라마 '결혼계약'은 자체 최고시청률 20%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이 드라마는 사실상 '위장 결혼'을 통한 '불법 장기매매'라는 극단적 상황을 소재를 삼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드라마 속 주인공에게 적용되는 법과 그에 따른 효과는 무엇일까?

◇ '불법 장기매매' 장기 이식에 관한 법률 위반…2년 이상 유기징역 처벌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위장 결혼을 한 것은 장기이식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법 때문이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은 장기매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동법 제7조 제1항 1호, 제3항).

우리나라에서 장기 이식을 위해선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 간 이식 중 기증자와 기증 받으려는 사람 간의 관계가 혈연 관계가 아닌 경우에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로부터 기증자의 기증 의지에 대해 순수성을 평가 받고 사전에 승인 받아야 이식이 가능하다. 혈연이 아닌 사람 간에는 기증 의지의 순수성을 증명하는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의 어머니에게 간을 이식해주기 위해 기증 의지의 순수성 평가과정을 거쳐야 했다.

어찌됐건 이들 간의 거래는 장기매매를 금지하는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이다. 따라서 엄밀히 법을 적용하면 드라마 주인공은 각각 2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 받게 된다.(동법 제45조 제1항) 

◇ '위장 결혼' 민법 103조 위반…사회상규에 위배

드라마 주인공들은 또 자신들이 금전을 주고 받는 대가로 간을 이식해주기로 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으로 혼인신고를 했다. 혼인신고를 하며 간 이식에 대한 선금이 오갔고, 잔금은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지급키로 했다.

현실적으로 '결혼계약'이 가능할까?

김진우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여주인공 혜수가 가족의 자격으로 간을 이식하기 위해 지훈과 혼인을 약정하는 부분과 이를 위해 최초 금전이 교부된 부분이 문제가 된다"며 "이는 '선량한 풍속', 즉 사회의 건전한 도덕관념에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103조와의 관계에서 따져봐야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성인남녀가 혼인을 하기로 합의하는 것 자체는 지극히 일반적인 법률행위지만, 애초 가족이 아님에도 '간을 이식하기 위해'라는 동기가 혼인에 내포됐다면 이는 타인에게 장기이식의 우선권 내지 특혜를 주기 위해서 혼인을 이용하는 것으로 선량한 풍속에 반한다"며 "법적으로는 이런 동기가 있다고 혼인까지 무효로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되는데 우리 판례는 반사회적인 동기가 표시되거나 상대에게 알려졌다면 그 법률행위는 무효로 본다고 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판례로 볼 때 남녀 주인공의 결혼은 우리 사회질서에 반하는 동기를 내포했다는 점에서 혼인신고를 했음에도 '무효'라는 얘기다.

김정호 변호사(법무법인 주원)은 "금전이 교부됐다는 부분까지 고려하면 민법 103조의 적용이 보다 명확해진다"며 주인공 남녀가 주고 받은 돈에 대한 부분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금전이 오갔다는 것은 법적으로 '장기의 매매'가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민법 제103조에 해당하는 행위 유형 가운데 특히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 자체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금전이 교부된 이상 그 자체로 장기를 이식하기로 한 합의는 무효가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민법 103조 위반 행위는 당사자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유효 주장이 불가능하다"며 "이미 교부된 금전이 있다면 이른바 '불법 원인급여'로 금전을 처음 준 사람의 반환청구권도 부정된다"고 덧붙였다. 남여 주인공이 맺은 계약 자체가 무효이고 이미 오간 돈은 이후에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드라마를 보며 법을 따지면 드라마 자체를 즐기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드라마와 현실을 착각해 실제로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가능한 것으로 오해해서도 안된다는 게 법 전문가들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