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의료법은 의사와 한의사 면허를 각각 두는 이원적 의료 체계다. 의사와 한의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 국가로부터 관련 의료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검증받은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할 경우 사람의 생명·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의사와 한의사 간 무면허 의료행위 다툼 사례는 주로 한의사가 의사의 의료 영역을 침범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의사가 한방 의료행위를 하는 것 역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된다는 대법원의 판단(2013도7572)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의사인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정형외과 진료실에서 2010년 5월 총 4회에 걸쳐 환자 B씨를 진료용 침대에 눕혀 이마에 20여 대, 오른쪽 귀 밑에 2대, 양 손목에 2대씩 4대의 침을 놓았고, 환자 B씨에게도 그의 허리 중앙 부위를 중심으로 10여 대의 침을 놓는 등 한 부위에 여러 차례 침을 사용한 시술을 했다.

검찰이 의사 A씨를 의료법 위반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로 기소했지만 원심인 서울남부지법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근육내자극술(IMS)이 근육의 심부에 위치하는 신경을 자극해 직접적인 신경반사를 일으키도록 고안된 치료방법으로 이를 한방침술의 하나인 경근자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두통을 치료하기 위해 머리 근육인 전두근 부위에 있는 신경섬유에 시행하는 자침도 IMS의 시술방법 중 하나로 봤다.

또 의료행위와 한방 의료행위의 개념은 시대적·사회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유동적인 개념이며 첨단과학기술의 발전과 학문간 융합으로 의료기술과 한방 의료기술이 진일보하는 시대에 의사와 한의사간 업무범위의 해석을 너무 엄격하게 할 경우 오히려 의료기술과 한방 의료기술의 발전을 막고 국민건강권의 침해를 가져올 수 있는 점을 들기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며 의료법 위반 유죄를 선고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파기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 시술 방법이 침술행위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침과 다를 바 없고 침을 놓은 부위가 대체로 침술행위에서 통상적으로 시술하는 부위인 경혈, 경외기혈 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침을 놓은 방법과 그 부위에 비춰 의사 A씨의 시술은 한방 의료행위인 침술 행위에 해당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한방 의료행위란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로 의료법의 관련 규정에 따라 한의사만이 할 수 있다"며 "침술행위는 '침을 이용해 질병을 예방, 완화, 치료하는 한방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의사가 침술행위를 하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 판결팁= 최근 몇 년 간 IMS 시술은 양방 의료에서 한방의 침술과 유사하게 바늘을 이용한 치료를 한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때문에 한방에서 행하는 침술과 외관상 유사한 행위인 IMS를 두고 의학계와 한의학계가 충돌하는 등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정형외과의 IMS 시술을 한방 의료행위로 판단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의사 A씨의 시술 행위가 한방 의료 행위였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이번 판결은 침술행위에서 통상적으로 시술하는 부위인 경혈, 경외기혈 등과 깊숙이 침을 삽입할 수 없는 이마 등에 침을 놓은 양방 의사 A씨의 시술이 한방 의료행위인 침술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며 IMS 시술 그 자체가 한방 의료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현재에도 시행되고 있는 정형외과에서의 IMS 시술 그 자체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순 없다. 

IMS시술은 현대의학의 기초의학인 해부학과 신경학, 생리학 등에 기초하지만 한방침술은 전통적인 한의학적 원리인 경락, 경혈 이론에 기초를 둔다. 진단방법에 있어서도 IMS시술은 문진과 촉진, 시진 등 이학적 검사에 따르고 부수적으로 엑스레이(X-ray), 컴퓨터단층(CT) 촬영 등을 하는데 한방침술은 사진법(四診法)에 따라 진단한다.

IMS는 시술용 침과 플런저(plunger)를 이용해 통증유발점인 근육부위에 깊숙이 침을 삽입한 것으로 침의 자입점이 한방침술시 사용하는 경혈자리가 아닌 점 등이 한방침술과 전혀 다른 양의학의 독자적인 의료행위라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 관련 조항

의료법

제2조(의료인)

① 이 법에서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

② 의료인은 종별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임무를 수행하여 국민보건 향상을 이루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 확보에 이바지할 사명을 가진다.

1.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

3.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

제5조(의사·치과의사 및 한의사 면허)

①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되려는 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격을 가진 자로서 제9조에 따른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1. 「고등교육법」 제11조의2에 따른 인정기관(이하 "평가인증기구"라 한다)의 인증(이하 "평가인증기구의 인증"이라 한다)을 받은 의학·치의학 또는 한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의학사·치의학사 또는 한의학사 학위를 받은 자

2. 평가인증기구의 인증을 받은 의학·치의학 또는 한의학을 전공하는 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석사학위 또는 박사학위를 받은 자

3.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외국의 제1호나 제2호에 해당하는 학교를 졸업하고 외국의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면허를 받은 자로서 제9조에 따른 예비시험에 합격한 자

② 평가인증기구의 인증을 받은 의학ㆍ치의학 또는 한의학을 전공하는 대학 또는 전문대학원을 6개월 이내에 졸업하고 해당 학위를 받을 것으로 예정된 자는 제1항제1호 및 제2호의 자격을 가진 자로 본다. 다만, 그 졸업예정시기에 졸업하고 해당 학위를 받아야 면허를 받을 수 있다.

③ 제1항에도 불구하고 입학 당시 평가인증기구의 인증을 받은 의학·치의학 또는 한의학을 전공하는 대학 또는 전문대학원에 입학한 사람으로서 그 대학 또는 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해당 학위를 받은 사람은 같은 항 제1호 및 제2호의 자격을 가진 사람으로 본다.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①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1. 외국의 의료인 면허를 가진 자로서 일정 기간 국내에 체류하는 자

2. 의과대학, 치과대학, 한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한의학전문대학원, 종합병원 또는 외국 의료원조기관의 의료봉사 또는 연구 및 시범사업을 위하여 의료행위를 하는 자

3. 의학·치과의학·한방의학 또는 간호학을 전공하는 학교의 학생

제87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제12조 제2항, 제18조 제3항, 제23조 제3항, 제27조 제1항, 제33조 제2항·제8항(제82조제3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위반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