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2)이 롯데그룹 오너 일가 중 두번째로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기 위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검찰이 신 전 부회장에게 적용하고 있는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다. 검찰은 신 전 부회장이 지난 10여년 동안 그룹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이름만 올리고 수백억원대의 급여를 챙겼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급여 횡령 의혹 외에 신 전 부회장에 대해 제기된 의혹 전반을 살펴볼 계획이다. 검찰은 신 전 부회장을 상대로 지난해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과의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불거진 국부 유출 논란이나 각종 비자금 조성 의혹 역시 캐물을 예정이다. /사진=뉴스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8월2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故)이인원 부회장의 빈소를 다시 찾아 조문한 후 장례식장을 나서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스1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소송대리를 맡은 로펌이 지난 2일 서울가정법원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에 대한 법원의 성년후견결정에 대해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 지정 여부는 단기간 내 결정될 사안이 아니다"며 대법원까지 갈 계획임을 밝혔다.

법원은 "신 총괄회장이 질병이나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며 한정후견 개시 결정을 하고 사단법인 선을 후견인으로 지정했다. 항고가 이뤄져 법원 결정은 당장 효력을 갖지는 않는다. 다만 법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향후 뒤집힐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법인후견인 역할 알린 '사단법인 선'은 어떤 곳?

법원이 경영권 분쟁 당사자들과 무관한 사단법인 선을 선택한 것도 이번 결정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2013년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된 이후 법원은 '법인'을 후견인으로 지정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법원이 롯데가의 분쟁 당사자들을 배제하고 제3자인 사단법인을 후견인으로 지정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태운 전 서울고법원장이 대표로 있는 사단법인 선은 법무법인 원이 공익활동을 위해 만든 곳이다. 법무법인 율촌이 설립한 사단법인 온율, 대한법무사협회가 설립한 사단법인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 그리고 순복음노원교회가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성민과 함께 서울가정법원 명부에 등재된 법인후견인 중 하나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해 전문가들의 신청을 통해 법인후견인 명부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이에 대해 강성민 변호사(법무법인 청조)는 "현재 신 총괄회장 자녀들 사이에서 신상 및 재산에 대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중임을 감안하며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전문가를 후견인으로 선정하겠다는 법원의 결정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전문가를 후견인으로 선정하였다고 하더라도 향후 경영권 분쟁에 있어서는 신동빈 회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작년 10월 롯데홀딩스의 제1주주인 광윤사의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가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어 신동주 전 부회장측에 불리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변호사는 "만약 일본 법원이 이번 한정후견 결정을 참고하여 판단을 내린다면 신동빈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대표이사직과 광윤사 최대 주주의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며 "항고를 했지만 법원의 결정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법원의 후견결정은 신격호측 항고에 의해 바로 효력을 갖지 못하게 됐지만 향후 롯데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롯데에 대한 검찰 수사대상에 포함되는 부분에 대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결정 여부와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 특히 최근 문제되고 있는 신동주, 신영자 등에 대한 급여 지급에 대해서도 신동빈측은 신 총괄회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책임을 미루는 형국이다. 

따라서 검찰이 신 총괄회장의 경영상 책임을 후견결정과 연관지어 어느 선까지 인정할지 여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후견결정은 신 총괄회장 재산 관리도 포함하기 때문에 이 부분도 관심가는 대목이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콤파스)는 "한정후견인이 지정되고 등기되고 나면 후견인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후결결정이 개시되면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의 재산에 관하여는 동결된 것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향후 신 총괄회장 개인 재산은 사실상 제3자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한편 검찰은 신 총괄회장에 대해서는 추석 전 방문 조사를, 신동빈 회장에 대해선 추석 이후 소환 조사를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한차례 소환된 신동부 부회장에 대해서도 이번주 재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