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신의 미성년 자녀를 데려가는 것이 그 자녀의 의사에 반한다고 할지라도 이를 '범죄'라고 인식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친권자라도 자녀가 다른 보호감독자의 양육 아래 있는 때에는 그의 보호를 강제로 벗어나게 하는 것이 형법상의 범죄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법원 판결(2007도8011)이 있어 눈길을 끈다.

초등학생인 A군은 어머니인 B씨가 교통사고로 죽자 아버지 C씨에 의해 외할아버지인 D씨에게 맡겨져 D씨의 집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C씨는 D씨와 죽은 B씨의 교통사고 배상금 등을 둘러싸고 분쟁을 벌이게 되자 이제부터는 자신이 직접 A군을 양육하기로 마음 먹었다.

C씨는 학교에서 귀가하는 A군을 발견하고 싫다는 아들을 억지로 강제로 차에 태워 "외할아버지에게 간다"고 속인 뒤 고아원으로 데려갔다. 고아원에서 C씨는 A군의 수용 문제를 상담 받았고, A군을 개 사육장에 가둬 잠을 재운 후 다른 아동복지상담소로 데려가기도 했다.

검찰은 C씨를 형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죄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C씨는 자신이 A군의 아버지로서 친권자이기 때문에 아들에 대한 보호와 감독 권한이 있어 아들을 데려간 것이 약취나 유인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C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자라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감호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감호권을 남용하여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미성년자 약취·유인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싫다는 A군을 강제로 데려가 고아원과 아동복지상담소를 전전하고, 개 사육장에 A군을 가둔 것은 C씨가 A군의 친권자인 아버지라 하더라도 자녀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미성년자 약취·유인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결국 C씨는 이 사건으로 인해 미성년자 약취·유인죄 유죄를 선고 받았다.

◇ 판결 팁 = 형법 제287조의 미성년자 약취·유인죄에서 말하는 '약취'란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며, '유인'은 기망이나 유혹을 수단으로 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위 사례에서 C씨의 행위는 A군을 강제로 차에 태우고, 외할아버지에게 간다고 속였다는 점에서 약취로 볼 수도 있고, 유인으로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것에 해당하든 미성년자 약취·유인죄가 성립된다는 것은 같으므로 둘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기만 하면 어느 경우인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 관련 조항

- 형법

제287조(미성년자의 약취, 유인) 미성년자를 약취 또는 유인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