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31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2일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최순실씨 혐의에 대한 법적 처벌 수위가 어디까지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법 전문가들은 검찰 수사결과 최씨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와야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거론되는 주요 혐의가 모두 인정될 경우 최씨는 수십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지만, 수사결과에 따라 중형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씨가 이틀째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대부분의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도 중형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가 꼬리 자르기 식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검찰 구속영장에 기재된 혐의도 예상 밖으로 적다는 지적도 있다.

◇최씨 모든 혐의 인정되면 수십년형도 가능

최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가장 핵심은 미르·K스포츠재단를 설립하고 청와대를 통해 800억원 상당의 대기업 후원금을 뜯어냈다는 것이다. 이 혐의가 인정된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죄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수수 공범으로 각각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한다. 횡령·배임은 50억원, 뇌물은 1억원이 넘는 경우 가장 무거운 형에 처하기 때문이다.

이날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사기미수라는 단 두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직권남용은 5년 이하, 사기미수는 10년 이하 징역이 가능하다. 두 혐의는 현재까지 검찰이 입증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외교상기밀누설이 얘기되고 있고 각각 최대 7·2·5년형이 가능하다.

추가로 공무집행방해와 사문서위조·협박·모욕죄 등 1~5년 이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도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혐의가 모두 입증되고 가중 양형을 고려하면 수십년의 징역형이 이론상으론 가능하다. 무기형을 제외한 형법상 최장 유기징역은 30년까지고 가중처벌할 경우 50년까지 가능하다. 최씨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형이 가능한 제3자 뇌물수수죄 공범이 인정되냐다. 입증만 되면 10년 이상 징역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르·K스포츠재단 혐의 부인하는 최순실…검찰 수사부담 커져

검찰은 최씨 구속영장에 횡령·배임을 적지 않았다. 아직 구체적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최씨가 부인하고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기부금의 강제성과 횡령 혐의를 입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검찰이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의 실소유주인 점과 강제모금·횡령을 입증하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법적으론 800억원이 최씨 수중에 가기 전이어서 미수에 그쳤다고 볼 수도 있다. 뇌물죄는 미수범 처벌규정이 없다. 횡령·배임은 미수범 처벌규정은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됐다.

양형도 일반의 기대와 달리 생각보다 높지 않을 수 있다. 50억원이 넘는 횡령·배임의 경우 무기 혹은 5년 이상 징역에 해당되지만 검찰 구형은 5년 내외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말 300억원대의 손해를 입힌 종교단체 관련 계열사 임원들에게 1~4년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2년 6개월~5년형을 구형한 바 있다. 양형위원회는 300억원 이상 배임죄의 경우 5~8년의 실형 선고를 권고한다.

또한 중형여부가 판가름 될 뇌물수수에 대해선 최씨에 대한 적용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검찰 출신인 이건욱 변호사(법무법인 대지)는 "대통령이 이미 모금 과정 자체는 순수했다고 했기 때문에 검찰이 위법사실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모금 과정의 불법성 인정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뇌물죄는 어디까지나 공무원에 관한 범죄이기 때문에 민간인인 최씨에게 공범의 죄를 묻기 위해 적극 가담여부 등도 제대로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황상 최씨가 재단을 만들어 기업들에게서 후원금을 받아내 사실상 뇌물수수를 한 것으로 보여도 이를 형사적으로 입증해 처벌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최악의 경우 수사결과에 따라 이화여대 특혜입학 등만 유죄로 인정되고 소위 국정농단 관련 주요 혐의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정농단'…"사건 성격상 청와대 직접 수사 필요"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최씨에 대한 처벌은 가벼워질 수 밖에 없다. 그럴 경우 청와대 기록물 유출과 공무집행방해, 딸 정유라씨 특혜입학과 성적관련 협박죄 등이 남는다. 기록물 유출은 7년 이하 징역으로 가볍지 않은 죄지만 유출과정에 최씨 책임이 있느냐도 문제된다. 대통령이나 청와대 인사의 지시에 따른 유출이라면 최씨는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 혹시 공범으로 인정되더라도 민간인인 최씨에 대한 양형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기록물 유출과 공무상비밀누설·외교상기밀누설, 그리고 인사개입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는 청와대 자료와 협조 없이는 입증이 어렵다. 이미 지난 주말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자료 임의제출을 주장하자 검찰은 그대로 따른 바 있다. 압수수색이 사실상 거부된 상황에서 청와대에 대한 직접 수사 없이는 최씨에 대한 혐의 입증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콤파스)는 "현 상황이라면 청와대 관련 범죄는 검찰이 강한 의지가 없다면 실제 입증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압수수색도 사실상 거부당했는데 혐의 입증을 위한 자료는 대부분 청와대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이 원칙대로 수사했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청와대 관련 인사들을 모두 소환하고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이 아니라 압수수색을 통해 모두 가져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