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문의 02-724-7792

개인

[친절한 판례氏] 고속도로 4중 추돌…급정차 '맨 앞 차량' 책임

[the L] 마지막 차량이 앞 차 충돌해 연쇄 사고로 이어졌어도, 사고원인 제공한 급정차 차량 잘못이 더 커

편집자주[친절한 판례氏]는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과거 판례를 더엘(the L)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고속도로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도로 위에서 이유 없이 정차하는 것이 금지된다. 또 불가피 차량을 도로에 멈춰 세워야 하는 경우에도 뒤따르는 차량들과의 충돌 방지를 위해 상당 거리 앞에서 차량이 정차되어 있음을 알 수 있게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조치없이 갑작스레 멈춰 선 차량으로 인해 뒷 차들도 급정차를 했고, 마지막으로 이를 발견한 차량이 미처 정차를 하지 못하고 앞 차를 들이 받아 연쇄 충돌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 급정차한 선행 차량 운전자는 뒷 차들에게 발생한 사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지 문제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고속도로에서 다른 차선에 끼어들어 급정차한 차량 때문에 뒤따르던 차량이 연쇄적으로 추돌해 운전자들이 죽거나 다친 사안에서 피해자들의 사상에 대한 책임은 급정차해 도로를 막아선 차량의 운전자에게 있다고 한 대법원의 판단(2014도6206)이 있다.

 

고속도로 2차로를 따라 시속 110~120km 정도로 자동차를 운전하던 A씨는 1차로를 진행하던 피해자 B의 차량 앞에 급하게 끼어든 후 약 6초 만에 갑자기 정차했다. 1차로에 뒤따라 주행 중이던 승용차 운전자 B씨와 트럭 운전자 C씨는 A씨가 정차한 것을 보고 연이어 급제동해 정차했지만, 그 뒤에 따라오던 D씨의 5톤 트럭은 이를 피하거나 정차하지 못해 앞서 맨 뒤에 정차된 C씨의 트럭을 들이받아 그 충격으로 B씨와 A씨의 승용차가 차례로 앞으로 밀려 연쇄적으로 충돌하게 만들었다. A씨가 정차를 한 후 약 5~6초 안에 벌어진 일이다.

 

이 사고로 트럭 운전자 C씨는 사망했고, 나머지 차량 운전자들은 목숨은 건졌지만 심한 부상을 입었다.

 

검찰은 사고 당시 1, 2차로에 차량들이 정상 속도로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 1차로에 갑자기 차량을 세울 경우 1차로를 진행하던 차량들이 미처 이를 피하지 못하고 추돌해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차선에 끼어들어 차를 멈춰섰던 A씨의 행동을 사고 발생의 원인으로 보아 A씨를 교통방해치사상죄로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이 사건에서 피해자들에게 발생한 사상의 결과는 D씨가 전방 주시, 안전거리 확보, 위급상황 발생 시의 감속 등 안전운전을 위한 주의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앞서 정차한 C씨의 차량을 추돌한 것이 원인이 되어 연쇄적으로 충돌이 발생한 것"이라며, "사고가 A의 급정차와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당시 차량을 서서히 정차했고, 뒤따르던 B씨와 C씨의 차량들이 완전히 정차하는 것을 확인해 교통사고가 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A씨로서는 피해 차량 운전자들의 사상의 결과를 예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형법상 교통방해에 의한 치사상죄가 성립하려면 교통방해 행위와 사상의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행위 시에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교통방해 행위가 피해자의 사상이라는 결과를 발생하게 한 유일하거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만이 아니라, 그 행위와 결과 사이에 피해자나 제3자의 과실 등 다른 사실이 개재된 때에도 그와 같은 사실이 통상 예견될 수 있는 것이라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A씨의 급정차와 교통사고 발생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사상 간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마지막으로 정차한 차량을 충돌한 D씨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섣불리 인정하기도 어려운 데다가, 설령 D씨에게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일반교통방해의 범행과 피해자들의 사상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트럭이 전방주시, 안전거리 미확보 등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돼도 사고 주원인은 A씨의 급정차에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A씨가 차를 세울 당시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던 점 등에 비추어 A씨에게 결과 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결국 A씨에게는 형법상 교통사고방해치사상죄 유죄가 선고됐다.

 

 

◇ 판결팁= 형법 제18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통사고방해치사상죄는 같은 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로 인해 사람이 죽거나 상해를 입은 경우에 성립하는 결과적 가중범이다.

 

여기서 '결과적 가중범'이란 일정한 고의에 기한 범죄행위를 발생한 행위자가 미처 의도하지 못했던 고의를 넘어서는 중한 결과가 발생된 경우, 그 중한 결과에 대해 행위자에게 책임을 물어 더 강하게 처벌하는 범죄를 뜻한다. 대표적인 결과적 가중범으로는 사람을 다치게만 하려고 폭력을 행사했는데, 피해자가 그 폭행의 결과 사망한 때에 적용되는 상해치사죄(형법 제259조 제1항)가 있다.

 

하지만 결과적 가중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가해자가 발생한 결과에 대해 고의가 있었을 필요는 없지만 '그런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정도의 예견가능성과 △그 행위로 인해 결과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는 인정돼야 한다.

 

 

◇ 관련 조항

형법

제17조(인과관계) 어떤 행위라도 죄의 요소되는 위험발생에 연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결과로 인하여 벌하지 아니한다.

 

제185조(일반교통방해)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188조(교통방해치사상) 제185조 내지 제187조의 죄를 범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관련기사


목록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