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29조 제1항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나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헌법에 근거해 규정된 법이 국가배상법이다. 따라서 국가배상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에 대해 하는 손해배상을 의미한다.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무원이나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나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힐 경우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한다. 이 규정과 관련해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범위와 '직무를 집행'한다는 의미에 대해 판단한 대법원 판례(98다39060)가 있어 소개한다.

 

X구청은 행정 계획의 일환으로 '교통할아버지 봉사활동'이라는 계획을 수립해 관할 동장에게 '교통할아버지' 봉사원을 선정하게 했다. 동장에 의해 교통할아버지로 선정된 A씨는 구청에서 지정한 시간과 장소에 나가 활동하며 그 활동시간에 비례한 수당을 지급받았다. 이때 활동에 필요한 모자나 완장 등의 물품들은 구청에서 조달했다.

 

그런데 A씨는 지정된 활동시간 중 구청에서 위임한 업무 범위를 넘어 교차로 중앙에서 교통정리를 하다 그의 실수로 인해 교통사고를 발생케 했다.

 

이에 교통사고 피해자 측 보험회사는 공무를 수행 중이던 A씨의 실수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며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다며 보험회사가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X구가 속한 지방자치단체, 즉 국가가 돌려줘야 한다며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지자체 측 대리인은 "A씨가 X구청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수행한 업무는 구청의 노인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므로 지자체가 국민과 대등한 지위에서 사경제적 주체로서 한 것이었다"며 "A씨는 일시적으로 교통할아버지 활동하는 사람일 뿐이어서 국가배상법에서 규정한 공무원 등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자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서 말하는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이나 지방공무원법에 의해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가진 자에 국한하지 않고, 널리 공무를 위탁받아 실질적으로 공무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 모두를 가리키는 것"이라며 "공무의 위탁이 일시적이고 한정적인 사항에 관한 활동을 위한 것이라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이런 법리에 따라 대법원은 A씨가 '교통할아버지'로 활동을 하는 범위 내에서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 규정된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직무를 집행'이라 함은 직접 공무원의 직무집행행위이거나 그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행위를 포함한다"며 "이에 대한 판단은 행위 자체의 외관을 객관적으로 관찰해 공무원의 직무행위로 보일 때에는 비록 그것이 실질적으로 직무행위에 속하지 않더라도 그 행위를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은 비록 피고 지자체 측에 의해 ‘교통할아버지' 봉사원으로 선정된 A씨가 지정된 시간 중 위탁받은 업무 범위를 넘어 교차로 중앙에서 교통정리를 하다 이 사건 사고를 발생시켰더라도 이는 외형상 객관적으로 A씨가 지자체로부터 위탁을 받은 업무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행위로서 공무원이 그 직무를 집행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결과 지자체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서 말하는 '공무원'에 해당되고, '공무를 집행'하다 사고를 발생시킨 A씨의 실수에 대해 피해자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 판결 팁 = 구상권(求償權)이란 어떤 사람이 어떠한 책임을 이유로 실질적·궁극적으로 부담해야 할 채무를 다른 사람이 대신 갚아준 경우, 대신 갚은 사람이 원래 채무를 부담하는 사람에게 그 변제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리고 여기서 돌려받으려는 돈을 법률 용어로 ‘구상금(求償金)’이라고 한다.

 

보험회사는 보험가입자들이 입은 피해금을 가해자 대신 갚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실제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힌 가해자에게 자신이 대신 갚아준 금액을 돌려달라는 청구를 하게 되는데, 위 사례에서도 보험회사가 교통사고에 책임이 있는 국가에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었다. 때문에 위 사례에서의 쟁점은 국가에 실질적·궁극적인 배상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느냐는 부분이었고, 법원은 국가에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 관련 조항

- 대한민국 헌법

제29조 ①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

 

- 국가배상법

제2조(배상책임)

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다만,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향토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전사)·순직(순직)하거나 공상(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② 제1항 본문의 경우에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구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