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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현 변호사. 20대 총선 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 3번/사진=머니투데이 더엘(the L) |
"청년 문제와 지역차별 문제. 이 두 가지를 그냥 둬선 안 된다고 생각해 결심했습니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박주현 변호사의 출사표다. 참여정부 시절 국민참여수석을 지냈고 여성과 교육, 복지에 중점을 둔 사회활동을 한 그가 여의도 정치에 나선 이유다.
총선을 앞둔 마지막 일요일 오후. 전북 전주 유세지원 중 잠시 서울 자택에 옷가지를 챙기러 온 짬을 낸 그를 어렵게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이 만났다. 군산이 고향인 그는 선거기간 내내 전북에 머물며 지역구 후보 유세지원중이다. 박 변호사는 비례후보 3번에 배정돼 무난하게 당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초 비례 5번정도까지를 당선권으로 봤던 국민의당은 최근 지지율 상승세로 10번까지도 기대하는 중이다.
◇국회 진출 결심계기는 '청년문제'와 '지역차별해소'
1963년생으로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知天命)을 넘어선 그는 인터뷰 도중 "50살이 넘은 나이"라는 말을 자주 언급했다. 의회 정치에 뛰어들 결심을 한 계기에 '나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을 내비쳤다. 사회에서의 활동 대부분을 변호사와 시민단체활동가로 살아온 그는 "50이 넘어가면서 돌이켜 보니 인생에 여한이 없이 정말 열심히 잘 살았고 성과도 어느 정도 냈다고 생각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여의도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선 의외로 "이제는 나를 위해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30년가까이 사회제도개선이라는 '공익적' 활동에 천착한 그가 국회의원이라는 직위에 가는 것에 대해 스스로 '겸양'의 표현을 쓴 것으로 읽힌다.
2000년 이후로는 휴업상태로 변호사업무는 하지 않았던 그는 2년여 청와대 수석, 12년간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이라는 타이틀로 살아왔던 터라 국회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사회활동의 마무리로 삼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 들어가는 것을 '나를 위해 사는 것'인양 겸연쩍어 했지만 실제로는 그간 해왔던 시민사회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의정활동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청년문제에 기성세대로서 부끄러움 느껴
처음부터 배지에 욕심을 내 뛰어든 것도 아니었다. 핀란드 대학개혁에 대한 공부를 하기 위해 갔다가 돌아와 논문을 쓰던 중 천정배 대표의 요청을 받아 창당에 합류한 게 총선까지 나온 계기가 됐다. 핀란드 유학계기도 사회 참여활동 중 보여준 '실행력'이라는 그의 장점을 보여준다.
핀란드의 대학개혁 성과를 직접 확인하러 갔다. 수 백개의 직업대학을 개혁해 33개의 4년제 대학으로 구조조정하고 집중투자한 뒤 보여준 세계 1위 수준의 대학경쟁력과 사회투명도 그리고 국가경쟁력의 비결을 알고 싶었다는 그다. 핀란드 자료를 인용해 정책제안을 하면 "핀란드랑 우리 나라 실정은 다르지 않냐"는 반론이 제기되곤 해서 아예 직접 가서 보기로 하고 그 주제로 박사 논문을 준비했다.
유학준비로 영어를 공부하면서 만난 젊은이들의 열심히 사는 모습에서는 "저렇게 노력하는데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야 하는 게 어른으로서 부끄러웠다"는 그는 그 부끄러움을 의정활동에 반영하겠다는 각오다.
'지역차별 문제'도 정치인으로 본격적으로 나서는 그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주제다. '여성'에 '호남출신'이라는 우리 사회의 두 가지 '차별 요소'를 갖춰 남들보다 그 두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했다는 그는 본인 자신에게는 오히려 두 요소가 '소수자 배려'라는 특혜로 돌아오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그는 어린 시절 음악가가 되고 싶었지만 뛰어난 성적때문에 학교의 반강요에 가까운 권유로 전주여고에서 최초로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졸업생이 됐다. 법대에선 "너 때문에 남학생이 한명 떨어져 인생망쳤다"는 얘길 들었고 1988년 변호사가 됐을땐 전부 합해도 10명이 안 되던 여성 변호사 중 한명이었다. 그런 그에겐 '여성'과 '호남'은 개인적으로 극복 대상이었지만 혜택도 있었다. 극소수의 호남출신 여성 변호사라는 대표성을 가진 그는 90년대 초부터 정치권 영입제의를 받았다.
◇"지역차별, 호남인 외엔 이해 못해 결국 '호남자강'으로 풀어야"
"50을 넘고 후배들을 보니 내 문제일 때는 스스로 극복한다했는데 후배들 보니 더는 못 참겠다"는 말로 지역차별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호남출신 후배들이 여전히 차별적 대우로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천정배 대표와 정동영 후보 등이 주장하는 '호남자강(自强)'이란 말을 꺼냈다. "유럽에 가보니 지역과 핵심가치(박 변호사는 '코어'로 표현)가 대개 겹쳐 있다"며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 핵심가치도 대표하는 모습을 보며 "결국은 '호남자강'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편도 다른 지역 출신이라 30여년을 같이 살아도 아직 호남인이 느끼는 지역차별에 대해 잘 이해를 못한다"며 "결국 호남차별 문제는 호남인이 풀어야한다"는 생각을 풀어 놓았다.
아울러 "이번에 호남이 핵심을 다시 한번 형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해 호남이 야권의 중심으로 다시 서야 한다는 시각을 보였다. 이어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호남지역 약진에 대해선 "야권 재편과정에서 호남의 핵심가치를 만들고 출향 호남인들의 역할을 끝어내고 중도세력까지 합하는 더 큰 결과도 만들수 있었겠지만 현재 정도만 해도 다이나믹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1년도 안 돼 철옹성같던 계파정치를 깨고 나와서 이정도 형성한 것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선결과도 중요하지만 대선까지 어떻게 할 것인가와 당내 공존질서 그리고 외연확장이 총선후 과제"라고 짚었다.
◇노동 소송 한계절감…결국 문제는 정치 통한 제도개선
그는 "노동전문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때 '소송'으로 사회를 바꾸는 문제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말로 소송을 직접 수행하는 변호사로서의 활동보다 시민사회운동가로서의 활동이 활발했던 점을 설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론 과거 은행권의 여(女)행원과 남(男)행원의 임금체계가 달랐던 것에 대해 소송했던 것을 들었다. 그는 "진짜 힘들게 했는데 소송도 졌고 이후 신자유주의가 들어오면서 임금구조 자체가 연봉제위주로 바뀌어 소송의 한계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긴 소송에서도 제도가 바뀌면 승소한 의미가 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하면서 '제도개선'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노사관계로만 사안을 봐야하는 노동소송 자체의 한계를 느끼고 사회전체적으로 '양극화 해소'가 먼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의정활동은 양극화 해소위해 '예산'에 중점 둘 것"
'양극화 해소'를 위한 의정활동 계획으론 '예산'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직접 운영한 시민경제사회연구소에서 조세재정 등에 대해 많이 봤기 때문에 익숙할 뿐 아니라 '법보다 중요한 게 예산'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예산을 통해 양극화 해소 효과도 가능하다"며 "예결위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비례대표로써 당의 정책을 만들며 포괄적으로 참여해 예산도 집중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상임위 중에서는 교육·복지 등 그간 주력해 온 분야에 자신감을 보였다.
현재 법조계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큰 관심사인 로스쿨 제도 개혁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대입 수시제도가 다양성 확보라는 명분으로 확대됐는데 입시에서 부모의 영향력이 커지거나 강남지역 학생들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부작용이 있다"며 "로스쿨도 똑같은 논란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단순히 장학금 문제가 아니라 부자에게 유리한 제도가 안 되도록 고쳐나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WHO IS?]
박주현 변호사는 1963년생 전북 군산 출신으로 전주여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8년부터 변호사로 일하며 시민사회운동에도 활발히 나서 여성민우회·경실련·민변 등에서 활동했다. 참여정부 국민참여수석비서관 등을 거쳐 직접 세운 시민사회연구소 소장으로 오래 있었다. 국민의당 최고위원으로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로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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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체련공원에서 안철수, 천정배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후보들이 합동유세를 하고 있다. 맨 오른편이 박주현 후보./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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